▲정원규
7시 15분에서야 박 회장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박 회장은 별일이 아니라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젯밤 배탈이 났단다. 박 회장과 한진안씨 두 사람 다. 대체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지만, 둘만 배탈이 나서 밤새 설사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야영장을 출발한 뒤에 배에서 급하다는 긴급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화장실을 찾느라고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했다.
슬슬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루하루 피로가 쌓이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 집의 편안한 잠자리가 그립다. 슬쩍 물어봤더니 그건 채 시장도 마찬가지란다. 그는 나보다 더 힘들 것이다. 걷고, 인근 지역 자치단체장 면담하고, 서명 받으러 내려온 화성시민들 만나야지, 밤이면 지지·응원하러 찾아온 화성시민들을 만나야지, 쉴 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누,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감내해야지.
박 회장과 한씨에 비해 채 시장은 야영장에서 푹 잘 잤다고 했다. 널찍한 텐트 안에서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단잠을 잤단다. 야영준비를 철저히 한 사람은 그럭저럭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정원규씨다. 텐트를 준비해온 원규씨는 어젯밤에 굳이 야영장에서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는 야영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일행과 함께 모텔을 찾아 청주시까지 진출해야 했다. 원규씨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텐트를 치고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잔 것이다.
불편할 것 같아 만류했지만 본인이 자겠다는 데야 어쩌겠나. 안녕히 주무세요, 하면서 그를 남겨둘 수밖에. 원규씨는 어젯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야영장에서 잔 보람을 톡톡히 건졌다고나 할까. 침낭도 없으면서 텐트는 왜 치나? 침낭이 있던 사람들도 텐트에서 자다가 너무 추워서 지원차량으로 들어가서 잤다는데 말이다.
밤이 이슥해지면서 야영장의 기온은 뚝 떨어졌다. 으슬으슬한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 원규씨. 가져온 옷이란 옷은 죄다 껴입었단다. 신발까지 신었다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불 한 장을 둘둘 만 채 오들오들 떨면서 보내는 밤, 쉬이 잠이 올 리가 없을뿐더러 무지무지 길었으리라. 나 역시 몇 년 전에 그렇게 추운 밤을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