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변의 폭삭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유혜준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4호 태풍 '덴빈'이 올라오면서 내일부터 남부지방에 비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하더니 그 전조인가 보다. 비는 촉촉이 대지를 적시면서 내렸다. 이 정도 비만 와주면 큰 피해는 입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비옷을 꺼내 입었다. 비가 내리는 영산강 길을 자전거들이 달리고 있었다. 자전거 길을 생기더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나 보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빠르게 질주하는 자전거들은 경쾌해 보였다.
영산강은 이틀 전 태풍 '볼라벤'이 올 때만 해도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지금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길은 길게 직선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 길을 타박타박 걸었다. 윤 회장이 탑차를 몰고 가다가 나를 보고 너무 많이 뒤로 처졌다면서 차를 타고 가라고 권했지만, 거절했다. 오늘만은 길게 뻗은 저 길을 비 맞으면서 타박타박 나만의 속도로 즐기면서 걷고 싶었다.
극락교가 있는 지점까지 걸었고, 나는 지원차량을 타고 철수했다. 대략 3시간가량 걸은 것 같다. 비가 내리는데다 그 지점에서 앞서나간 채 시장을 따라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들이 어느 길을 걸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 시장은 26km를 걸은 뒤, 철수했다. 저녁식사를 하려고 찾은 식당에서 다시 만난 채 시장은 표정은 여전히 밝았지만, 피로가 누적된 티가 역력했다. 식당 바닥에 엉거주춤 앉는 모습에서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태가 그 정도인데도 그는 거의 달리듯이 걸었다고 한다.
그와 오늘 처음 합류해서 걸은 이들은 채 시장을 따라 걷느라 고생했다는 말들은 연이어 쏟아냈다. 천천히 걷는다면 하루에 30km 이상이라고 너끈히 걸을 수 있지만, 채 시장을 따라 걷는 건 너무 힘들다, 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불만을 들으면서 나는 채 시장의 입장과 함께 걷는 이들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현안 해결을 내걸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국토대장정을 마치겠다는 각오를 다진 채인석 시장은 그만큼 내딛는 걸음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이들은 각오가 그에 미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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