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10일차, 끝냈습니다.
정원규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참 많이 걸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끔 게으름도 피우고, 일부 구간은 지원차량을 타고 건너뛰기도 했지만 채인석 화성시장은 단 한 걸음도 건너뛰지 않고 고집스럽게 걸었다. 걷는 자세를 한 번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혀 힘들지 않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다 걷고난 뒤에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힘들었는데 책임감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참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젯밤에 머물렀던 고산자연휴양림은 조용하고 아늑했으나, 예상대로 휴양림 자체는 조금도 즐기지 못한 채 야반도주하는 것처럼 서둘러 빠져나와야 했다. 그것도 오전 3시 40분에. 출발예정시간이 5시일 것이라고 예상, 알람을 오전 4시 10분에 맞췄다. 한데 오전 3시 20분에 전화벨이 울렸다. 김진만 주사였다. 일어나세요, 출발합니다. 아, 그건 지옥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출발시간이 5시가 아니었나? 나중에 알고 보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4시 반에 출발한다는 거였다. 태풍 볼라벤 때문에 지체된 하루 일정을 소화하려면 출발시간이 빨라지거나, 마치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해야 한다. 오늘 오후에 채 시장은 논산시장을 면담하고, 청주에 가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화성시민들을 만나야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걸을 시간이 없다. 새벽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걸어두어야 한다. 출발시간을 당길 수밖에.
고산자연휴양림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는 30분 이상이 걸리는 거리. 그러니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몰랐던 것이다. 후다닥 일어나서 재빨리 짐을 꾸렸다. 그리고 서둘러 나갔다. 정말 어둡다. 휴양림은 숲으로 둘러싸였으니 어둠이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에고,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제발 내게 새벽잠을 허하라.
서둘러 도착한 전주월드컵경기장 앞도 어둠이 깊었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해는 늦게 뜨고, 일찍 지고 있었다. 일교차가 점점 심해지고, 바람이 품은 서늘한 기운도 점점 차가워진다. 반소매 셔츠를 입었더니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오늘은 전주월드컵경기장부터 논산 연무대 국군훈련소 앞까지 30km를 걸을 예정이다. 마치는 시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11시 즈음.
'도 경계' 넘은 발걸음 가벼워져... "어려운 걸음하시는데 서명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