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을 하는 채인석 화성시장
최규석
국토대장정 이틀째 날. 새벽 여명이 트기 전,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수탉이 목청을 돋우는 소리에 아, 여기가 해남의 한적한 농촌마을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자정이 임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거의 이루지 못했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은 상상할 때는 정취가 물씬 풍기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게다가 화산면 마을회관은 시설은 좋지만, 국토대장정을 떠난 나그네들을 위한 이부자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임경환 화성시 공보담당관은 "풍찬노숙도 하는데 이부자리가 없다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냐"며 이부자리 타령을 늘어놓은 내 입을 막아 버렸다. 아니, 제가 독립운동을 하러 왔나요, 국토대장정을 하러 온 것일 뿐이지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는 거 아닌가.
하는 수 없지, 그냥 풍찬노숙 하는 기분으로 이 밤을 보내야지.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길 위로 나서면 누구라도 '노숙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오늘 국토대장정 출발 예정시간은 오전 5시. 채인석 화성시장은 오전 5시에 출발해서 오전 11시까지 빡세게 걸은 다음 오후 3시까지 다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채 시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형 인간이 분명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어대는 걸 보면.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지만, 동행취재를 하는 불평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니 그의 일정을 따를 수밖에. 새벽 4시 20분 투덜거리면서 기상했다.
채 시장은 오전 11시까지 걸은 뒤, 박철환 해남군수를 만나 국토대장정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하고, 해남군민들에게 국토대장정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은 뒤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날 계획이었다. 그리고 오후 3시에 도보를 중단한 지점에서 다시 최종 목적지인 해남군 계곡면 성진리 신성부락 마을회관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그가 오늘 걸어야 하는 구간의 전체 거리는 2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