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잘 걷는다.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채인석 화성시장
정원규
날이 밝은 뒤에 하는 출발체조는 오늘이 처음이다.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된 준비체조는 다른 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무지근하게 내려앉은 온몸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준비체조에 참여한 사람은 10명. 출발인원은 금강변에서 갑자기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화성시 농민인 '화성시 햇살드리 생산자 협의회' 회원들이 예고 없이 채 시장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잠시라도 채 시장과 함께 걷고 싶다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햇살드리'는 화성시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다.
용포리를 출발한 채 시장 일행은 30분쯤 뒤 금강 자전거길 입구에 도착했다. 금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자전거길은 걷기 좋은 길이었다. 걷다가 돌아보니 굽이쳐 흐르는 금강이 보인다. 흙빛을 띤 강물이 거침없이 흘러간다.
이 자전거길을 12km를 걸은 뒤 조치원으로 빠져나갈 예정이다. 길은 강이 피워 올린 물안개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전거길이다. 이따금 안개를 뚫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불쑥 나타나곤 한다.
맨 앞에 국토대장정 깃발을 든 박승권 회장이 섰고, 그 곁에 채 시장이 섰다. 걷는 속도는 이제 시속 5km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전거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노란 금국이 지천으로 피어났다. 사이사이에 코스모스가 몇 송이가 하늘거린다.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꽃들을 보노라면 어떻게 때를 아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오른쪽 무릎이 자꾸 쑤신다. 며칠 전 넘어진 후유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다. 결국 얼마 걷지 못하고 걷기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나도 이런데 12일 동안 339km를 온전하게 걸어낸 채 시장은 어떨까? 그는 하루 평균 28km를 걸었다. 걷기만 했나, 이런저런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래도 새벽이면 출발시간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제시간에 나타난다. 그것도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아침식사는 도시락이었다. 금강변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이에 물안개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해가 높이 떠올랐다. 본격적인 땡볕이 시작될 참이다. 오늘도 걷는 일정은 낮 12시를 전후해서 끝낼 예정이다.
반창고가 덕지덕지... 그래도 활짝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