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를 살펴보는 채인석 시장
최규석
아, 정말 일어나기 싫다. 이대로 두어 시간만 푹 자면 컨디션이 최상급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 새벽 4시에 울린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대로 뭉기고 누워있으면 다들 나를 버리고 가겠지?
세수를 하고 대청으로 나왔더니 간밤에 사용한 이부자리를 개서 들고 방에서 나오는 채인석 화성시장과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간밤에 잘 잤느냐는 인사를 건넨다. 이부자리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채 시장의 발뒤꿈치로 저절로 시선이 갔다. 그의 발뒤꿈치에 하얀 실이 길게 매달려 있었다.
어제 걸은 후유증이 물집으로 남았고, 채 시장은 바늘로 물집을 터뜨린 뒤 진물을 빨아내려고 그 자리에 실을 꿰어둔 것이다. 오래 걸어서 발에 물집이 잡히면 으레 하는 방법이다. 저 발로 오늘 일정을 소화하려면 꽤나 불편하고 아프고 힘들겠다, 싶었다. 하긴 내가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내 발바닥의 물집이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5시, 오늘도 어김없이 채 시장은 파이팅을 목청껏 외치고 어둠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 길로 나섰다. 오늘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채 시장을 포함해서 전부 3명. 나를 뺀 인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채 시장과 행보를 같이 했지만 대부분 화성시로 돌아갔다. 태풍 볼라벤 때문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몇몇 사람은 강풍으로 포도가 전부 떨어지기 전에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돌아갔다.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때문에 포도 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수확을 앞둔 포도들이 태풍에 전부 떨어져 엄청난 손해를 입었단다. 하우스와 비가림 시설이 전부 태풍에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손해는 줄여야 하지 않겠나. 오늘,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동원돼 포도 수확을 도우면서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