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석 화성시장
유혜준
어젯밤 숙박지였던 장성군 장성읍 수산리 마을회관에는 채 시장을 응원하기 위해 화성시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그제 밤을 일행들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꼴딱 새운 채 시장이 어제도 그제와 마찬가지로 잠을 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 시장의 체력이 아무리 짱짱하다고 해도 제대로 잠을 못 잔다면 체력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고, 피로가 누적되면 걸음이 더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발시간도 1시간이 앞당겨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는 기사를 쓰고 사진을 정리해야 하겠다며 재빨리 마을회관을 벗어나 장성읍내의 모텔을 찾아갔다. 한 사람이라도 빠져 주어야 마을회관이 조용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 시장도 모텔을 숙소로 정한다면 다른 때보다 편안한 하룻밤이 될 수 있겠지만, 그는 이번 국토대장정에서 철저하게 편안함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마을회관을 벗어나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들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밤 11시에 채 시장은 마을회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지원차량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채 시장은 새벽에 장성역에서 만난 내게 말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자는 잠이 편안하면 얼마나 편안할까. 어차피 집 떠나면 개고생인 거야 그나 나나 마찬가지인 것을.
새벽 3시 10분, 알람이 울렸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고 누웠으나, 쉬이 잠이 오지않아 자정이 넘게까지 뒤척였다. 모텔 방에서 홀로 자는 밤, 집 떠난 나그네가 쉽게 잠을 이루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새벽 3시 10분, 알람소리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 대충 씻고, 짐을 꾸렸다. 날마다 배낭을 꾸렸다 풀었다 다시 꾸리기를 반복하는 생활이 벌써 여드레째다. 날이 갈수록 짐을 꾸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새벽 3시 55분에 도착한 장성역은 역 입간판이 어둠 속에서 이정표인양 빛나고 있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껴졌다. 어제 쏟아진 폭우 탓에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일까? 바람막이 점퍼를 찾아 입었다. 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출발인원이 늘었다. 스무 명 남짓이 준비체조에 참여했다.
서울과 가까워질수록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 소문이 빠른 속도로 화성시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시 인근에 이르면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채 시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채 시장은 오늘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면서 첫걸음을 떼어놓았다. 이른 새벽 열차를 타려고 장성역 광장으로 들어서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고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