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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산소실험을 하는 연구팀의 데이터 분석실
ⓒ 김창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촌의 한가운데쯤에는 꽤 큰 텐트가 주변에 올망졸망한 1인용 텐트 수십 개를 거느리고 자리 잡고 있다. 그 텐트에는 '피니시 라인'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게 붙어있다. 종착점이라는 표시다. 가까이는 카두만두, 멀리는 런던에서 '산소 실험'에 참여해서 걸어온 트레커들의 종점이다. 이 트레커들은 런던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아 실험한다. 실험 목적은 산소가 부족한 응급상황에서 대처법을 찾는 것이다.

영국 콜드웰통신회사등이 후원한 이 실험은 54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뿐 아니라 8850m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이뤄진다. 참가하는 의사만 50여명이고 이 가운데 10여명의 의사는 직접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세밀하게 체크한다. 이 연구에 참여하는 일반인만 18세에서 75세까지 20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현재 120여명 이상이 베이스캠프를 다녀갔다. 이 연구는 6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영국 런던, 네팔 카투만두 히말라야 일원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서 벌어지고 있다.

산소가 희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생체변화를 연구해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밝히기 위해 자연히 산소가 희박한(산소량이 해수면의 절반가량) 이곳 히말라야가 대상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연구는 고소적응이 각 개인의 유전자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가를 규명해보려는 프로젝트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백만 파운드(약 30억원 가량)로 콜드웰 통신회사 등이 막대한 자금을 댔고 그 경영자 가운데 한 사람이 직접 실험에 참가해서 며칠 전에 베이스캠프를 다녀가기도 했다.

실험내용은 이렇다. 런던, 카투만두, 남체, 페리체 베이스캠프 등 5개 지역을 중심으로 실험자들이 자전거타기, 제자리걷기, 혈액검사, 동공(눈동자)검사, 냄새테스트, 입맛테스트를 집중적으로 한다.

개인별로 3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10분 쉰 다음에 30분을 타면서 각종 신체검사를 한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베이스캠프까지 걸어서 고소에 적응하면서 올라와 2~3일 동안 머물면서 이 검사를 받고 내려간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한 할머니는 3일에 걸친 실험을 마치고 내려가면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자원한 것이었지만 고소적응이나 추위에 시달린 경험을 애기한다.

베이스캠프보다 더 고산인 7000m, 8000m대에서도 실험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검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전문등산 실력을 갖춘 의사 10명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캠프2와 사우스콜 그리고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이 선발된 의사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한다. 이미 캠프2와 사우스콜(7900m)에는 자전거가 올라가 있다.

대단하다. 이런 과정을 설명해주는 조지 박사는 미국 펜실바니아대학에 3개월 간 휴직원을 내고 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실에는 테스트용 자전거 2개와 예비용 1개 각종 데이터와 혈액분석도구들이 즐비하다(이 글을 쓰고 보충 취재를 위해 조지 박사를 찾아갔는데 하루 전 빙판에 미끄러져 갈비뼈를 다쳐서 남체로 내려갔다고 한다. 순간 방심의 치명타가 이곳 현실이다).

여기서 얻은 자료를 런던에서 종합분석을 해서 산소부족현상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이 과정은 이맥스 영화사와 함께하는 영화 촬영과 병행되고 있다. 1996년 한국 63빌딩 아이맥스관에서 상영된 에베레스트 영화를 촬영한 명감독 맥길러리 프리만(MacGillvray Freeman)이 촬영한다.

텐징 세르파의 아들, 잠링

1953년 최초로 에베레스트 봉에 오른 텐징 노르가이의 아들을 베이스캠프에서 만났다. 이름은 잠링(Jamling Tenzing Norgay)이다. 잠링은 아이맥스 영화를 찍으며 1996년 에베레스트에 등정했다. 그 이후 11년 만의 변화를 다시 이 영화에 담고 있다고 한다.

텐징이 명성을 얻고 새로 얻은 아내 다카와의 사이에 태어난 잠링은 2세대 세르파의 전형이다. 티베트와 네팔 사이에서 에베레스트의 가난하고 못 배운 1세대 세르파의 상징격인 그의 아버지 텐징 노르게이와 달리 잠링은 미국에 유학했다.

잠링은 위스콘신대학에서 공부한 엘리트 세르파 2세대인 셈이다. 역시 유창한 영어와 매너로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노루게이 어드벤처'를 운영 중이라고 명함을 건네준다. 주소는 인도의 서뱅골 다르지링(Darjeeling)이다. 아버지 텐징과 마찬가지로 인도 국적이다.

잠링은 우리 대원이 내민, 국내에서 출판된 <신의 허락한 사람 텐징 노르가이>라는 자신의 아버지 일대기 책에 덤덤하게 사인하고 우리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기회에 몇 마디 물어보았다.

- 영화 내용을 소개해 달라.
"가제목은 'Return to Everest'로 10년 전 등반했던 자신을 포함한 세 사람의 등반가가 10년이 2007년 에베레스트 주변과 다양한 환경변화, 특히 세르파 전통과 세르파 문화의 변화를 그린다. 지금 마무리 단계이고 2년 후쯤 개봉될 예정이다."

- 세르파에게 가장 큰 변화라면 무엇인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 세르파는 훨씬 많은 돈을 벌어서 많은 부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자녀들을 더 많이 교육시켜서 그들이 의사 사업가 엔지니어 등 훨씬 좋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처럼 세습적으로 세르파를 하는 강요된 상황은 벗어났다. 즉 그들은 산에 가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세르파건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 등반기술의 진보나 변화도 있는가.
"과거의 세르파에 비해 최근 훨씬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타고나서 산을 타던 과거의 세르파들과 달리, 요즘은 기술을 등반학교에서 별도로 배우고 미국, 유럽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등반기술을 배웠고 그 결과 세르파 사망률이 훨씬 줄어들었다."

- 세르파들이 점점 더 젊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르파 신세대'의 탄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세르파로 일하는 기간이 줄어들었다. 과거 50년 정도까지 현업에서 일했던 세르파도 있었으나 지금은 기간이 크게 줄었다. 요즘 세르파는 젊어지고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원정대와 2~3년 동안 일해서 목돈을 만든 다음 산을 떠나는 현실적인 세르파도 많아졌다. 자기 사업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간다. 네팔 카투만두에서 트레킹 사업을 하거나 등산용품점, 레스토랑,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전직 세르파도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남체 바자르의 변화가 이를 말한다. 집이 커지고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카투만두보다 부동산 가격이 높다."

- 아무리 생활수준이 좋아지고 수입이 는다고 해도 기본은 생명을 거는 일 아닌가.
"그렇다. 세르파 업종의 기본윤리인 대원에 대한 충성심, 복종심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돈이냐 목숨이냐의 선택은 여전히 세르파 몫이다. 살고 죽는 것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유가족을 위한 보험 등은 아직 미비하다."

태그:#에베레스트,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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