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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다. 트레킹 이후 베이스캠프 기간을 통틀어 약 두 달 동안 일본인을 만난 기억이 거의 없다. 페리체 부근에서 일본인 할아버지 할머니 트레커들이 줄을 지어서 마치 집단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한 걸음걸이로 '왼발 오른발' 발맞춰 내려가는 것을 본 것이 유일하다.

일본은 이미 1950년대 한 때 히말라야 마나슬루(8163m) 등정에 온 국력을 쏟아붓다시피해서 초등을 기록했던 나라. 3000m 이상의 후지산을 갖고 있어 고소 적응에도 유리했다. 히말라야 지역 8000m에 수많은 등정기록을 갖고 있으며 서양의 등반역사를 뒤따라갔고 우리에게도 한 수 가르쳐주기까지, 아니 우리가 어깨 너머로 배운 바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들이 세계 최고봉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솔로 쿰부와 에베레스트 일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한 시즌이면 3~4개 원정대가 찾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두 해에 한 팀 정도가 최대라고 한다. 네팔여행사 왕추 사장은 "작년에는 안나푸르나쪽에, 올해는 티벳쪽 초오유에 한 팀 정도뿐"이라고 한다.

'중국 이동설'과 '인구 감소설'... 하산하면 물어봐야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왜일까. 우리 원정대 주방장 가운데 팍상이란 친구는 일본원정대 주방장이었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일본이 전국가적으로 히말라야 출입금지령이라도 내린 것일까.

제한된 취재 여건상 책임 있는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이 없으니 더욱 궁금하다. 그간 귀동냥한 그럴싸한 이유 두 가지를 적어 두는 수밖에.

그 하나가 일본인 성격상 초등 위주로 전환해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이 중국쪽 고산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중국 서부지역에 있는 7000m 고봉들이 그들의 타겟이라는 것. 이미 네팔 쪽 히말라야는 대부분 등정이 끝났고 중국 티벳 등 고산지역은 아직 미답봉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기록을 위해 일본의 프로산악인들이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이유가 첫 번째다.

두 번째 이유는 일본 내 젊은 산악인의 감소다. 한국도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젊은이들이 목숨 걸고 덤비는 고산 등반의 모험에 더 이상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인터넷 게임 등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놀이가 천지인데 굳이 힘들고 생명위협까지 있는 클라이밍을 하려 하지 않아 그 대가 끊어졌다는 설이다.

우리 대원 가운데도 22세 최연소 대원이 희귀하게도 참여해서 8000m 고봉 등정을 시도했으나 고소증세에 따른 발병으로 중도 포기한 예가 있다. 한국도 20대에서 유망한 클라이머를 찾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게 산악인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일반 일본인들도 에베레스트에 열광하던 관심도 식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을 이 곳 베이스캠프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일본말을 단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한 것은 이상하다. 혹시 우리 몰래 어디서 단 꿀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산하면 빨리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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