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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무런 소리 없이 당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언어가 있습니다. 아무런 흔적 없이 당신의 마음을 일깨우는 몸짓이 있습니다.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당신의 마음에 한 떨기 꽃이 되어 피어나는 소중한 기억이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시작하기 전, 몸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냈을 것입니다. 서로의 눈빛, 몸짓, 그리고 그 이상의 감정은 머나먼 우리 선조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하나의 의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만큼이나 모든 것은 새롭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고요하고 아늑함입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새로움이자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들 의식 속에 아득하게 흐르는 하나의 생각입니다. 감정입니다. 그것은 사랑, 그리고 우리입니다.

물의 도시 춘천에는 지금 마임축제가 한창입니다.

오후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는 즐거운 거리 한복판에서, 저는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감동을 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섣부른 언어도, 모두가 알 수 있는 공통주제도 아니었습니다.

마음 대 마음. 마음의 공감대가 우리 모두를 조용히 채워나가는 모습. 그것은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의 배우가 저에게 손을 내밀더군요. 그의 손은 자그마한 공을 쥐고 있었습니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그와 나만의 공.

그리고 그것은 나와 그의 마음이 교감을 이루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때, 제게 작고 예쁜, 어린 시절 꼭 가지고 싶었던 푸른색 소프트볼이 되어 다가섰습니다. 저와 그는 웃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하나의 믿음, 그렇습니다. 사실을 뛰어넘은 하나의 진실이었습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그와 나만의 땅. 그것은 마임입니다. 마음입니다. 우리들의 진리이자 또 하나의 정의입니다.

▲ 춘천 마임축제
ⓒ 춘천 마임축제 위원회
마임은 우리의 마음이자 순수한 예술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너무 고상하여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정신세계가 아닌, 우리 모두가 쉽게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재창조된 관계 속에 맺혀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은 우리의 먼 선조가 상대의 마음을 알게되고 최초의 배려를 시작했을 때의 감동과 비슷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임을 사랑하게 됩니다. 가장 근본적인, 최초의 사랑을 우리가 기억하기에, 마임은 그 이상의 감정으로 우리 내 가슴속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한 아이가 마임배우가 건네준 풍선을 쥐고 있네요. 그 풍선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웃음은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그 귀여운 눈동자는 자신이 쥐고있는 풍선의 한중간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네요. 그것은 그 아이의 마음이자, 풍선을 쥐어준 배우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건네주고 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 아이는 마임으로 잊혀졌던 또 하나의 세상을 알게되었으며, 따뜻한 공감을 느낍니다.

그 아이의 입가에 조용한 웃음이 맺힙니다. 그 웃음은 바다와 같은 넘실거림을 가진 채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두의 가슴으로 스며들어 또 하나의 감동이 됩니다. 너무나 예쁜 웃음이네요.

누구나가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곳.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며 모두가 잃어버렸던 새로운 세상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곳. 오후 햇살이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 지금 물의 도시 춘천에는 마임축제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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