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아크흐타리와 영양 부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막내아들.
진주
어렵사리 발급받은 의료카드로 병원에 가도 어찌된 일인지 무료가 아닙니다. 해당 정부 의료 기관은 마을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40루피나 주고 오토릭샤를 타야 합니다. 5루피는 진료 등록비, 5루피는 엑스레이 검사 수수료, 기타 2루피. 결핵 환자들은 많은 약을 먹게 되는데 이러한 약에 대한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이렇게 4개월 동안 치료받았지만 결핵은 아직도 몸에 붙어 있습니다. 그 유명한 결핵 퇴치 시스템은 왜 숨술하크씨에게 못가고 있는 걸까요.
"지난 2년 동안 사리 상인에게 8000루피를 빌렸어요. 아내와 막내아들이 아팠고, 나도 아파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죠. 아내와 아이는 5일 동안 입원했어요. 막내아들은 영양 부족 진단을 받았지요. 아이 치료를 위해 2500루피를 써야 했어요. 늘 먹는 걸 줄여서 돈을 아껴야했지요. 그리고 먹는 게 줄어드니 영양이 부족할 수밖에요."엥겔지수 100을 넘어가는 사람들식량 배급 카드는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 한계선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카드입니다. 그러나 숨술하크씨가 소지한 식량 배급 카드로는 곡물을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인도 정부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연간 수입 1만2000루피를 기준으로 하여 생활환경(TV·냉장고 등 생활용품 구비 현황)을 조사한 뒤 빈곤 한계선 이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노란색 카드와 빈곤 한계선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흰색과 빨간색 카드 중 하나를 발급합니다. 빨간색 카드는 극빈 가족에게 발행해 줍니다.
카드별로 발급 비율이 정해져 있어서 혜택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빈곤 한계선 아래에 해당되는 흰색과 빨간색 카드 소지자만이 해당 상점에 가서 싼값에 쌀·보리·설탕·연료기름을 구입할 수 있으며, 노란색 카드로는 연료만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40~50루피를 벌까말까 하는 수준이면 연수입이 1만 루피도 못 되어 빨강카드 발급대상이 될 수 있을 텐데, 생계가 악화되고 배고픔에 시달려도 당국에서는 배급 카드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바꿔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숨술하크씨의 식량 배급 카드에는 연수입이 1만8000루피로 적혀있습니다. 극빈층 생활을 하는데도 숨술하크씨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버는 돈을 모두 식품을 구입하는 데 써야 하고, 부족할 때가 많아 돈을 빌려 먹을 것을 구입하고 있으니, 숨술하크씨 가족의 엥겔지수(전체 소득 중 식료품비 비중)는 당연히 100을 넘어섭니다. '엥겔지수가 100을 넘어선다'는, 모순으로 보이는 이 표현은 이들에겐 현실입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사실 엥겔지수 따위는 의미 없는 지표일 겁니다.
그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며 자신에게 사리 짜는 걸 가르쳤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15살 때부터였지요. 아버지, 할아버지, 증고조부 할아버지 모두 사리를 짰어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우리는 먹을 것도 입을 옷도 충분했어요. 이틀에 한 번씩은 고기를 먹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이나 먹을까요.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숨술하크씨의 형은 이미 사리 짜는 일을 그만두고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나마 하루에 70루피는 벌 수 있으니까요. 그중 절반은 건설 고용주가 보증금으로 예치한다고 늘 가져갑니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숨술하크씨는 사리를 계속 짭니다. 로타 마을의 많은 사리 직조공이 일을 그만뒀고 절반 이상이 결핵에 걸렸거나 걸려 있습니다. 그래도 힘주어 말합니다. "기계로 짠 사리는 질이 너무 나빠요. 그 사람들이 다시 베틀로 사리를 짰으면 좋겠어요. 바라나시 사리 산업이 다시 살아나야 하지 않을까요."
사리는 예술...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