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하르 50가구 중 10가구만이 빈곤층을 위한 식량배급카드를 가지고 있다(빨강카드). 구라후씨네가 그 10가구 중 하나다.
진주
언제부터 아네이 마을에 무사하르들이 살기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거의 일곱 세대째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렸을 땐 지금보다 땅이 조금 더 넓었습니다. 벽돌집 하나 없이 초라한 진흙집이 전부였고 가구 수도 훨씬 적어, 살고 있는 땅에 농사를 지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상층카스트인 브라만이나 타쿠르(상층카스트인 크샤트리아에 속하는 자티로 아네이 마을에 많이 살고 있다)들은 무사하르들이 그들만의 농지를 갖는 것을 방해해왔습니다.
무사하르들이 자신들의 농지를 갖는다는 것은 '천한' 달리트들에겐 주어져선 안 될 권리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상층카스트를 위한 값싼 농업노동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질 테니까요.
왜 달리트들에게는 땅이 없나요? 왜 상층카스트들은 땅을 가지고 있나요? 오랜 세대에 걸쳐 상층카스트들은 땅을 물려받아 왔습니다. 달리트들은 그들의 땅에서 오랫동안 소작농이나 농업노동자의 형태로 일했습니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는 1950년대 초반부터 토지개혁을 실시했습니다. 농업생산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땅이 없는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함으로써 농촌 빈곤을 감소시키는 것이 근본 목적이었습니다.
인도의 농촌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약 60%는 1헥타르 이하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1헥타르는 3000평인데 한국 농촌에서 3000평은 15마지기로 상당한 양의 쌀을 생산해내지만 전체 대지 규모, 토지 비옥도, 시설,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인도 사회의 3000평을 한국의 3000평과 같은 시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10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전체 농업 인구의 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농업 종사자의 약 40%는 토지가 전혀 혹은 거의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농지는 마을의 상층카스트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그 결과 상층카스트들이 땅을 지배하고 있으며 농촌에서 농지를 소유한 달리트들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21세기 인도는 IT산업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최근 경제성장률은 연 8%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70%가 농촌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 중 65%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절대 다수의 빈곤층은 농촌 마을에 집중돼 있습니다. 농촌의 달리트들은 땅이 없는 농업노동자들로 오랫동안 땅을 점유해온 상층카스트들의 농지에 빌붙어 살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