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임시로 만든 집.진주
달리트도 기피하는 고된 노동, 벽돌 만들기... 벗어나고는 싶지만
뜨거운 볕과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지불했던 것입니다. 게루씨처럼 아내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은 인도 사회에서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게루씨는 점심을 먹은 후 어린 딸과 함께 놀아주면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다시 해가 질 때까지만 일을 합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는 해가 지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해가 있는 동안 할당량을 끝내야 합니다.
가족 3명이 하루에 찍어내는 벽돌은 평균 1300장 정도 됩니다. 벽돌 1000장 당 160~170루피(3700~3900원 정도)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게루씨는 업주에게 빚이 있는 관계로 140~150루피(3200~3400원)를 받습니다. 이자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게루씨는 몬순 전까지만 일하고 싶었습니다. 벽돌을 만드는 일은 달리트들이 하는 일 가운데에서도 가장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너무도 힘겨운 노동이지만 노동의 대가가 아주 적기 때문입니다.
게루씨는 돼지도 있으니, 어서 빨리 마을로 돌아가 돼지를 보살피며 마을 사람들과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빚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일이 벽돌 일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 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만두기도 쉽지 않습니다. 업주가 임금을 제대로만 계산해준다면 올 몬순이 끝나고 다시 시작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건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업주는 게루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몬순이 시작되기 전, 게루씨는 돼지 부부에게 희망을 걸고 마을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6살 때 시작된 중노동의 굴레,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기만 하는 삶
열여덟 살에 결혼하고 난 뒤 벽돌을 찍어내는 일을 시작했으니, 게루씨가 이 일을 한 것도 벌써 한 20년 되었습니다. 6살 때부터 상층카스트인 브라민의 집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로 시작된 게루씨의 노동의 삶은 그 뒤 릭샤(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력거, 현재는 자전거를 개량한 사이클릭샤와 소형 엔진을 장착한 오토릭샤가 대부분이다) 끌기, 과수원에서 일하기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9년 동안 한 브라민의 집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을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받은 돈은 처음에 20루피였다가 가장 많이 받았던 때가 100루피였습니다. 게루씨는 좀 더 돈을 많이 벌어보려고 하루 60루피 벌이로 릭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형의 아픈 딸을 위해 릭샤를 팔아 약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벽돌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벽돌 생산 업체를 돌면서 일해야 했습니다. 어떤 벽돌 생산업자의 경우 사람은 좋았지만 일이 잘 되지 않았고, 어떤 업주는 임금은 그런대로 지불해주었지만 욕을 너무 심하게 하고 사람대접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벽돌을 만들 때 1000장을 만들면 36루피를 임금으로 받았고, 매주 식비로 80루피를 받았습니다. 당시 40루피면 일주일 동안 잘 먹고 놀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300루피로 일주일 동안 먹고 살기가 정말 어려워요. 옛날엔 돈을 벌어 고기도 사고 생활에 필요한 다른 것들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