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다 요코씨
유혜준
우노다 요코씨에게 관심을 갖게 한 이는 오하라 츠나키씨였다.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 서부지역 원전투어(이하 탈핵 원전투어)에 동행한 한국여성은 기자가 유일했다. 오하라씨는 한국참가자였지만, 일본여성이다. 오하라씨는 현재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조직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거주한 기간은 13년이나 된다. 당연히 한국어를 아주 잘한다.
이번 '탈핵 원전투어'에서 오하라씨 덕을 많이 봤다. '탈핵 원전투어'를 하면서 4명의 일본인을 인터뷰했는데, 전부 오하라씨가 통역을 해주었다.
우노다 요코씨는 사토 다이스케 NNAF(반핵아시아 포럼) 사무국장의 부인이다. 두 사람은 반핵 운동을 하다 만났다. 그것도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고 하지만, 대세가 그렇다. 한데 우노다 요코씨는 자신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토 사무국장과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노다씨는 "결혼하면서 남자의 성을 따르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며 "성과 이름을 다 합한 것이 내 정체성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기자는 우노다씨와 말이 통하지 않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눈길이 마주치면 서로 웃거나 간단한 인사만 주고 받았는데, 우노다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오하라씨가 그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결혼하고도 성을 바꾸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반핵활동을 했다, 후쿠시마에서 자주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이런 이야기였다. 그리고 사토 다이스케 NNAF 사무국장이 남편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가 반핵운동을 하게 된 두 번째 이유, 우라늄광산"대단하신 분이에요." 오하라씨는 우노다씨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들을수록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인터뷰를 청했고 10월 4일, 고베청년학생센터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우노다 요코씨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번 '탈핵 원전투어'에서 인터뷰를 한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통역은 오하라씨가 했다.
다음은 우노다 요코씨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 결혼한 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성을 그대로 지켰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일본 여성은 결혼하면 남자 성으로 바꾸는데,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성과 이름을 다 합한 것이 내 정체성인데 결혼하면서 그게 바뀌는 게 싫었다."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우노다씨는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과 결혼하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성(姓)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 일종의 사실혼 관계인데 사회적인 차별은 없는지?"없다. 특별하게 불리한 것은 없다. 아이는 엄마 성을 따르고 사토씨는 자기 아이로 인정하는 걸로 되었다.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 아이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아이가 헷갈려 하는 시기도 있었다. 아이의 중학교 선생님이 사실혼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다. 그 때 반 아이들의 의견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이 없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결혼을 하더라도 붕괴되는 가족도 있고,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으로 사는 집도 있다며 그것은 제도에 불과한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반 아이들도 많이 수긍을 했고, 그 이후 아이의 생각이 달라졌다."
기자가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하자 우노다씨는 활짝 웃으면서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 탈핵운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체르노빌 원전사고 10주기에 인도네시아에 통역을 하려고 갔다. 집회가 끝난 뒤에 행진을 하는데 행진을 하면 안 된다면서 잡혀갔다. 그 때 너무 놀랐다. 집회만 해도 이렇게 당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