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돔 앞에서 '탈핵 원전투어' 한일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유혜준
히로시마는 원폭투하 60여 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때 폐허가 됐던 히로시마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변해 번화한 도시가 됐다. 그러나 후쿠시마는 다르다.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은 사람들이 떠났고, 유령도시가 되었다. 정든 고향을 떠난 이들은 살아생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죽음의 땅이 된 것이다.
이와이시마에서 히로시마를 거쳐 후쿠이현의 오바마시에 도착한 것은 해가 완전히 진 다음이었다. 후쿠이현 원전지역 주민 교류회가 열리는 장소는 묘쓰지(明通寺). 지금까지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의 숙소는 대부분 교회였다. 일정 가운데 하루는 배 안에서 잤다. NNAA-J(탈핵 아시아 행동-일본)이 교회를 교류회 장소와 숙소로 잡은 것은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이들 교회가 탈핵과 반핵운동에 앞장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이다. 묘쓰지(明通寺)의 나카지마 데츠엔 주지스님은 탈핵운동에 앞장 서고 있다. 나카지마 스님은 2005년 핵 폐기장 반대운동을 벌였던 부안과 영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묘쓰지는 806년에 창건된 유명한 절로 본당과 삼중탑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중요문화재도 4점이나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국보와 중요문화재는 보지 못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절 입구에서 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어둠을 헤치며 절을 찾아 들어갔다. 해가 진 탓인지 기온이 뚝 떨어져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졌다. 절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한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은 후쿠이현의 원전지역에서 온 주민들과 교류회를 시작했다. 후쿠이와 오바마, 쓰루가, 시가켄 등 후쿠이현 각지에서 온 주민 20여 명이 교류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