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미하이 선생은 40년 동안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교육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9년부터 켈리포니아 클레어몬트대학교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 심리학 교수이자 삶의 질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사진은 선생의 연구동 앞 현판.
안희경
- 융화를 말씀하시니까…. 이제 한 학생이 습득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부담이 밀려옵니다. 워낙 한국 사회가 경쟁이 심한 교육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창의력을 말씀하셔도 제 경우에는 경쟁적 사고로 접근하게 됩니다.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집단에 의해서 만들어져요. 요즘에는 혼자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융합이란 함께 풀어나가는 겁니다. 협동은 개인에게 주도적인 자세를 키워 줍니다. 스스로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죠. 이때 그 자발성을 부추겨 주는 것이 교육이 가져야 하는 여유 있는 자세입니다. 개인이 어울려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어떻게 진행할까 조율해 나가는 그 시간을 경험하도록 해야 해요. 이것이 교육의 본질입니다."
- 미국에서 경험한 발도르프 교육이 떠오릅니다. 구구단 배우는 모습이 충격이었습니다.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교사가 그 가운데에서 "7×8은?"이라고 물으며 공을 던지면, 공을 받은 아이가 답을 합니다. 차례차례 돌아가면서요. 저 같으면 차례가 오기 전에 미리 답을 준비하고 기다릴 텐데, 아이들은 옆 친구의 답에 귀 기울이고 있었어요. "8×8은? 질문에 64라고 답하면, 다음 친구는 거기에 8을 더해 답했고, 그렇게 12단, 13단을 이어가도 옆 친구의 대답을 듣고 12단이나 13단을 더해 막힘없이 답했습니다. 제게 있어 구구단은 서른 중반까지 암기하는 거였는데, 8살 아이들은 같은 수가 계속 더해진다는 원리를 들으며 몸으로 터득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하도록 자율권을 주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책임을 갖고 배웁니다. 자율과 책임, 협동 이 세 가지가 교육 시스템을 이루는 전부입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사람이 이 기본을 살리는 다양한 방식을 계속 발굴해야 합니다.
제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업이 있어요. 최고의 교실이었죠. 헝가리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교사가 한 명입니다. 게다가 나이가 제각각인 학생 스물여덟 명이 있었습니다. 남자 교사인데,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질 않더군요. 매일 아침마다 이런 이야기만 합니다. '그래, 너희 세 명은 저 오빠랑 함께 수학을 배우렴. 너희 넷은 여기 이 누나랑 역사를 배우고.' 나이 많은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일만 하는 겁니다. 그렇게 네 개 혹은 다섯 개 그룹으로 반을 나눠 매일 지도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룹 안에서 설명하는 사람은 나이 많은 고학년 학생이에요.
그렇게 하는 특수한 배경이 있긴 했습니다. 1학년부터 8학년까지 한 선생님께서 지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고, 아주 아름다운 수업이었습니다. 고학년들은 매우 솜씨 좋게 이끌어갔고, 그룹마다 열의가 높았습니다. 이 경우 가장 큰 의미는 어린 친구에게, 약자에게 대단한 책임감을 갖는다는 거에요. 아이들은 참여하면서 굉장히 기뻐합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교사, 학생, 강의 등의 요소로 된 전형적인 교수법 말고, 훨씬 더 효과적인 방식이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하는 이들의 역할입니다."
- 선생님은 미 연방 교육 아카데미 회원이십니다. 교육 정책에도 많은 조언을 하실 텐데요. 오히려 미국은 캘리포니아만 해도 학생들 점수에 따라 공립학교 예산까지 배정되면서 경쟁 중심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한 반에 30명 정원으로 과밀해지면서 사립으로 이탈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요.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프랑스나 한국처럼 교육부가 있고 거기서 규정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시나 마을이 그들만의 교육감에다 어떤 교과서를 사용할지 등등 세부사항까지 결정합니다. 미국에서 통일적인 정책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제 의견은 외국 또는 비교적 작은 국가들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습니다.
덴마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이들은 '플로우(Flow)' 이론을 학교 정책으로 도입해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해나갑니다. 핀란드도 제 아이디어를 많이 활용하고, 싱가포르는 직접 가서 조언했었습니다. 관심은 깊었지만, 얼마나 많이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본도 그런 자리를 가졌고요."
교육은 학생이 배우고 싶도록 이끌어 내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