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모습.
안희경
-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사람들, 특히 흑인 사회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는데, 그들은 오바마를 찍으면서 동시에 주민투표에 나왔던 동성애 결혼 반대에도 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과는 반대로 보수적인 선택을 했죠.
"흑인들의 문화가 남성중심적이라서 그렇습니다."
- 이와 연결지어, 미국에 와서 배운 단어 중 하나가 '레드 넥(red neck)'입니다. 변치 않는 보수 백인들을 가르키는 말인데요. 중부와 남부의 백인 농부들의 경우 계급적 기반은 부자가 아님에도 늘 보수의 지지세력입니다. 이렇듯 대중의 표심이 삶의 기반과는 다른 심리적 경향을 갖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구요. "'보수주의 포퓰리즘 현상'이 미국에 있습니다. 1964년 골든워터가 존슨에 대항할 때는 그 누구도 보수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민주당 존슨이 대통령이 되었죠. 그 때 가난한 사람들은 좋은 노동조합을 갖고 있었고, 리버럴을 선호했어요. 그 다음 보수적인 닉슨이 대통령으로 나섰을 때 그는 근로대중의 표를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노동자들은 닉슨에게 표를 줬어요. 보수는 사람들 속에 있는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관을 알아차린 겁니다.
1964년과 1967년 사이에 세 가지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대학생들이 주도했고 군대를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군대에 다녀온 근로대중은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봤어요. 닉슨이 학생들은 공산주의자이고, 애국자가 아니라고 말했죠. 그리고 여성운동, 남자들은 가부장적이었기에 가족의 가치로 법과 질서를 제시한 닉슨에게 공감했습니다. 세번째가 흑인들이 참정권을 갖게 된 인권운동입니다. 백인 남자들은 흑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 했던 인종주의자였어요.
이 성향을 파악한 결과, 닉슨은 가난하고 엄한 아버지들을 도덕적 가치로 묶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닉슨은 자유주의자들을 공격하는 리버럴 엘리트 개념을 발명했어요.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 당신들을 얕잡아 본다'라는 개념이죠. 반면에 민주당은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모릅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릅니다만,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해도 놀랍진 않을 거에요."
- 네, 비슷합니다. 그 상황에서 진보는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정책을 길고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수적이거나 자유적이거나 한 가지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를 약간씩 갖고 있어요. 그 의미는 같은 뇌 속에 두 개의 도덕적 시스템이 있으며, 정치인들은 그 도덕적 시스템 중 하나가 활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자유주의적인 활동을 가동하려면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거죠. 저들의 언어가 미디어를 장악했기에, 우리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자유주의자와 좌파는 가치로 연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