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엔 유난히 과거사에 대한 책이 많았다.김영선
그는 대전 위령제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국 민간인 학살 위령제는 모두 참석한다.
"전국 유족들 모두 다 같은 마음 아니겠어요, 다니면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여러 자료를 보면서 여러 민간인 학살 사건 경위에 대해서도 공부도 하고요."
그는 진실 규명을 위해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당시 교도소 재소자 명단만 나오면 사건 해결은 금방 될 텐데, 서류가 안 나오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죠. 희생자 명단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유족들도 나오는 것 아닙니까."
당시 대전 교도소에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청주나 공주 교도소에서 대전으로 이감되어 있던 사람들도 많아 신원 파악이 어렵다. 한편, 그는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에 고마워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한지 3년입니다. 하지만 몇십 명의 직원이 전국에 백만이 넘는 희생자들을 어떻게 다 조사합니까. 살인사건 하나에도 형사들이 몇 명이 붙어서 조사하는데. 전폭적인 정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사건해결은 점점 늦어지기만 할 것입니다."
이어 "개인의 한을 풀려면 한도 끝도 없다"며 "전국 백만 유족이 섭섭하지 않게 사건 해결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시대를 잘못 만난 피해자"
당시 군경, 즉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 '우리 모두 시대를 잘못 만난 피해자'라고 했다.
"유족들도 피해자지만 가해자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소위·중위·대위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상부 지시에만 따랐을 뿐이겠죠. 그 사람들 미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본인들도 죄책감에 고생했을 겁니다."
그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유족들의 명예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유족의 상처난 마음이 보상해줘서 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직도 피해의식에 묻혀 권리를 찾지 못하는 유족 분들, 모두 힘을 합쳐서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년 전 부인이 별세한 후부터 유족회 회장을 맡은 그는 "전에는 집 식구가 '속상하고 신경써가면서 일하냐'는 말에 회장 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이제껏 회장을 역임한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그는 "유족회원들이 너무 열심히 일해 줘서 오히려 편하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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