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제에서 시를 낭송하던 중 울고 있는 전숙자씨오마이뉴스 장재완
빈 방에는 새 이불이 정갈하게 깔려 있다. 벽에는 고인이 된 아버지 사진과 자신의 시인 등단 상패를 걸려 있었다.
"아버지, 모든 억울함은 다 풀어버리세요. 남은 문제는 제가 안고 갈 테니 걱정 마세요."
충남 부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숙자(60)씨. 그녀는 시인이며 소설가이기도 하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그녀는 대전 산내 학살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반백년이 지난 일이건만 아버지를 떠올리는 내내 몇 번씩 눈물을 훔쳤다.
아버지가 끌려갈 당시 그는 겨우 첫 돌이 지난 상태였다. 아무것도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들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기 걷는 거 보겠다고 오셨다 잡혀간 아버지
"우리 아버지 바로 한살 아래 삼촌은 좌익 활동을 했대요. 그 삼촌을 숨겨준 죄로 아버지는 경찰에게 쫓겨 산에 숨어 계셨어요. 어머니가 저를 낳고 3일째 되던 날엔 아버지랑 방 안에 있었는데 경찰이 구두발로 들어와 아버지를 끌고 나갔답니다.
그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허리까지 쌓인 날이었대요. 아버지가 끌려 나가니 어머니가 쫓아갔대요. 산후 조리도 못하고 말이에요. 경찰들이 들어가라고 했지만 아버지를 석방시켜줄 때까지 본인도 안 가겠다고 하면서 경찰서 안에서 그냥 대소변을 다 봤대요."
결국 아버지는 이틀 만에 석방되었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대문 앞에서 쓰러졌다. 외가에서는 산후 조리를 위해 어머니를 데려갔고 갓난아기는 설탕물을 먹으며 지내야 했다.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는 좌익 활동을 그만 뒀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당시 제가 첫 돌이 지나고 걷는다는 소식에 저를 보러 내려오셨다가 잡혀가셨습니다. 그게 1949년 12월 14일 당시 아버지 나이 25세셨어요.
잡혀갈 당시에 아버지는 저를 안고 있었대요. 경찰이 들어와 아버지 멱살을 잡고 일으키니 제가 아래로 떨어졌던 모양이에요. 제가 막 울었더니 경찰이 첫 돌 지난 애기, 저를 그렇게 때리고 집어 던졌대요. 아버지가 경찰한테 애기가 무슨 죄가 있냐고 막 소리치니 경찰이 차고 있던 허리띠를 풀러 아버지를 때렸대요."
그렇게 끌려간 아버지는 서천경찰서에서 대전형무소로 이감되었다. 약 7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셈이다. 지인이 알려주기를 1950년 7월 4일 쯤에 형무소에서 끌려 나갔다고 했지만 그마저 정확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정신 놓은 할아버지 똥빨래 하던 어린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