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 전 전주시장은 1498cc 아반테를 관용차로 몰고 다녔다.정훈
만약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김완주 전 전주시장처럼 1498CC 아반떼를 사용한다면 세금을 200억 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더 소형 또는 경차로 바꾼다면 훨씬 더 많은 세금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소형차나 경차를 권유하는 것도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높겠죠.
한편, 고위공직자의 전용차량을 포함한 전체 관용차량은 총 5만8천여 대. 행정부 소속 관용차량이 1만9193대(국정원 및 군대 차량은 제외), 사법부와 입법부가 500여대, 나머지는 주로 지방정부 소속 관용차량입니다.
각 기관의 차량 담당 공무원들은 관용차량 한 대당(구입비를 년으로 환산한 금액+운영비) 1년에 대략 500만원~900만원 사이의 운용비가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2005년 기준 부산 해운대구청은 81대의 관용차량에 7억 원 정도(1대당 1년에 평균 860여만 원), 청주시는 208대에 17억 원 정도(820여만 원), 전주시는 240대에 18억7천만 원 정도(780여만 원), 서울 금천구청은 108대에 7억6천여만 원 정도(700여만 원)의 예산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해서 관용차량 1대 당 평균 1년 예산을 최소치인 500만원으로 계산해도 무려 2900여억 원의 세금이 드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절감할 방안은 없을까요?
초대형 전용차, 브레이크 걸 때
요즘 중국은 관용차량 유지운용 비용이 3천억 위안(39조원)으로 중국 국방비 2838억 위안을 초과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도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도 세금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관용차 운용 문제의 심각성은 차량담당 공무원들도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대화해 본 결과 "차량 관리를 좀 더 꼼꼼히 엄격히 한다면, 충분히 많은 세금을 아낄 수 있다"라며 "현재 관용차량 관리가 여러 면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례로 행정부 자료에 의하면 중앙정부 관용차량(19,193대) 중 승용차량에서 경차 비율은 0.68%(총 9794대 중 67대), 소형차량 비율은 25%(총 9794대 중 2543대)에 불과합니다. 무려 76%가 중·대형차량인 것이죠. 지방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차량 담당공무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캠페인은 희망제작소에 한 고위공직자 부인이 전용차 문제를 제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제보자는 "그랜저XG이던 남편의 전용차가 어느 날 갑자기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로 바뀌었다"고 혀를 차면서 "참여정부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세금낭비 귀신과 '검고 큰' 권위주의의 망령을 타고 다닌다"고 비판했습니다.
누군가가 초대형 전용차의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세금낭비와 '권위주의의 망령'은 그 세를 불려가면서 계속 질주할 것입니다.
▲[표4] 전국 관용차량 현황 및 예산 추정치.오마이뉴스 한은희
| | 고위공직자들은 폼생폼사? | | | | 중앙정부의 전체 관용차에서 승용차량 중 경차 비율은 총 9794대 대비 67대로 0.68%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에게는 경차를 권유하면서, 관용차량부터 경차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소형차의 비율도 25%에 불과합니다.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극심한 에너지난과 환경파괴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경차 보급률은 5.1%(2005년 말 기준)로 매우 저조한 수준입니다.
이는 뿌리 깊은 '큰 차 선호' 사상 때문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분석입니다. 사고가 너무 굳어져서 이제 사상이 되어버린 것이죠. 실제로 고위공직자들 거의 모두가 검은색의 큰 차를 타고 있다는 것에서도 '큰 차'를 얼마나 선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검은 큰 차'가 자신의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준다고 믿는 것이죠.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료사회의 권위적·획일적 풍토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내 한 구청의 차량담당 공무원은 "구청장 차가 '뉴그레인저XG'인데, 구·시의원들 차가 '에쿠스'나 '체어맨'이니 '체면'이 안 선다"면서 "이번엔 구·시의원들 차보다 더 크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바꿀 계획이다"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누가 더 일 잘하나', '누가 국민을 더 잘 섬기나'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크기로 묘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계속 차량이 커져가는 것이고 서민들의 세금 부담도 그만큼 커져가는 것입니다.
2003년 11월 이후 규정이 바뀌어 차관급 공무원들도 2400CC 급 이상의 관용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차관급들의 차가 에쿠스나 체어맨 등으로 커져가니, 이에 질세라 기존의 장관급들의 차도 에쿠스나 체어맨으로 쭉 바뀌어 간 것이죠.
'세금을 아끼자, 환경을 보호하자,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만날 이야기해도 그를 추진하고 있는 공적 기관들부터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잘 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 '경차' 문제를 언급하면, 작년 말 우리나라 전체 등록차량 중 경차의 비율은 위에서 본 것처럼 불과 5.1% 수준으로 그나마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26%), 이탈리아(45%), 프랑스(39%)와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차가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경차가 홀대와 경시를 받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된 데에 생활 세계에서도 자연스러운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당국의 '큰 차 선호 사상'과 권위적·획일적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면 지나친 비판일까요? | | | |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이번 기획기사가 연재되는 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이를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관용차를 타는 공직자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입니다. 부적절한 관용차 운용 실태를 목격한 네티즌들의 많은 제보와 이 사안에 대한 많은 의견 바랍니다.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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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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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망령 탄 고위 공직자들" '전용차=최고급차', 1년 최소 43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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