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영국 고위공직자의 12%가 이같은 차량을 탄다.토요타 홈페이지
특히 영국의 관용차 개혁이 가장 눈에 띕니다.
영국 정부차량급송부(교통부 소속, Goverment Car Service and Despatch Agency)의 대표 로이 버크씨와 전화 인터뷰한 결과, 약 12%의 고위공직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 자동조절 기능)인 '프리우스(1500CC)'을 타고 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부터는 고위공직자들에게 프리우스와 재규어(2700CC)만 배당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재규어 2700CC급이라면 우리나라의 행자부가 발표한 '장관급 3300CC, 차관급 2800CC'보다 낮은 배기량의 차량입니다.
로이 버크씨는 '왜 프리우스를 타는가'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1500CC의 소형차이고 전기모터를 쓴다, 가까운 거리 등을 이동할 때는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비교적 원거리 이동을 할 경우 자동적으로 가솔린으로 바뀐다"며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이 한 때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흰색 프라이드)을 타고 다녀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지금의 환경부장관은 웬일인지 검은 초대형차량 에쿠스만을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작고, 친환경적인 차량'으로의 교체 바람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프리우스 차량은 미국 돈으로 2만6천~2만7천 달러(한국 돈으로 2600~2700만원 정도)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 고위공직자들이 선호하는 에쿠스에 비해 가격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기름도 아주 많이 절약할 수 있으므로 운용비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처럼 세금도 줄이고 에너지도 절약하며 친환경적인 차량을 우리 정부는, 우리 고위공직자들은 언제쯤 도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관용차량 중에 현재까지 180여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운용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공직자 중에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소형차 또는 경차를 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편, 영국 정부에서도 관용차량에 대해 경차할당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우리나라 행자부가 2008년까지 전체 관용차량 중 업무용승용차의 경우 경차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사안이라는 생각입니다.
[네덜란드]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대법원장
네덜란드의 경우, 특히 대법원장이 자전거를 타고 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화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들에게는 모두 에쿠스 차량이 지급되고 운전사가 고용된 현실과 확연히 비교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의 대학생 대니 프리드만은 "여왕이 대형 차량에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등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관용차를 끌고 다니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도 '진보녹색당(Groen Links)'이 활발하게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진보녹색당 당수 등이 프리우스 차량을 타고 다니며 친환경차량 운용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여러 외국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의 호화 전용차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법원장 한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에서는 고위공직자들과 정부의 관용차량 정책, 국민 일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충분히 추정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