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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한나라당의 송파갑구 보궐선거 공천이 공천 취소와 공천 고사 등 어지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먼저 7·26 재보궐선거 서울 송파갑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됐던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전격 취소됐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기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인 일과 억대의 세금체납 전력이 방송 고발프로그램에서 익명으로 보도된 사실 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결국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이 정씨의 공천을 취소한 것이다.

정씨에 대한 이번 공천취소는 철저한 인물검증이 밑바탕이 됐다기보다는 이경재 공천심사위원장의 "안풍·총풍사건 등 한나라당에 위험했던 사건을 맡아 결국 무죄를 이끌어냈고, 한나라당의 승리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대로 일종의 논공행상의 차원이었다고 볼 소지가 다분했다. 한나라당이 자주 이야기하던 전형적인 '코드 공천'이다.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공천

결국 전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고민이 없었던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은 비난 끝에 취소되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씨의 뒤를 이어 다시 전략 공천한 사람이 맹형규 전 의원이라는 데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들이 청와대의 인사 행태를 빗대 그토록 비판하던 바로 그 '돌려막기 공천'이다. 한나라당 지도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맹형규 전 의원이 누구인가? 이번에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송파갑 선거구가 바로 맹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한 그 선거구가 아닌가? 한나라당은 누구 때문에 엄청난 국고와 인력을 축내가면서 보궐선거를 하게 됐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맹형규 전 의원과 제대로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발성 공천을 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이라도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더구나 맹 전 의원은 이미 지난달 18일 '백의종군의 정신'으로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당사자가 하루만에 고사할 것을 당사자와의 합의도 없이 무작정 밀어붙인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든 말든, 정치적 도의가 있든 없든, 당의 필요나 의도에 따라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무시한 자의적인 공천을 행사한 것이다.

매번 그래왔듯이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김병준 교육 부총리 등 장관 인사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심과 괴리된 코드인사, 돌려막기식 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많은 공천 잡음과 몇몇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싹쓸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압승을 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과 난맥상이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간 거듭했던 약속과는 달리 조금의 반성이나 자성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오만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착각

한나라당은 너무 잘 나가니 자신들이 잘나서 그런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난무했던 돈 공천 문제도 선거에서 압승하고 나니 싹 잊어버렸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재보궐선거 공천도 제대로 된 기준과 철저란 검증 과정을 무시하는 바람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한참 진행중인 한나라당 대표 경선 유세과정에서도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등장해서 정치적 퇴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의 오만한 행보가 계속 국민들에게 용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송파갑 선거구에 그렇게 인물이 없다면, 한나라당 스스로 반성하는 의미에서 졸속 공천보다는 차라리 공천하지 않는 것이 더 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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