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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김영선 대표는 정인봉 전 의원의 전력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7·26 재·보궐 선거 서울 송파갑 한나라당 후보인 정인봉(53) 전 의원이 16대 총선 직전 기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 지도부는 '침묵' 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어떻게 그런 인물이 당 인권위원장을 지내고, 공천까지 받을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서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성 접대 선거법 위반자를 공천한 것은 안하무인 정치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며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대표비서실장 "국민이 판단할 것"

김영선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주요당직자회의를 열었지만, 정인봉 전 의원의 전력에 대한 문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세환 대표비서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전 의원의 (성 접대) 문제는 금시초문이고, 김영선 대표도 모르고 있었다"며 "대표가 공천 심사를 전적으로 공천심사위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비서실장은 "재보궐 선거 타임스케줄상 (공천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공천심사위원회가 정 전 의원의 성 접대 등 과거 전력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원 의원은 "정 전 의원의 전력 문제는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게다가 다른 성 관련 문제까지 겹쳐지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 의원은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 가능성과 관련 "지금으로서는 안면이 있는 사람에 대해 누가 나서서 '공천 취소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며 "그러나 불씨가 제공됐으니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인봉 전 의원의 성 접대 전력 사실을 접한 당내 여성 의원들은 "정말 몰랐다. 사실이라면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혜훈 의원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인권위원장을 지냈느냐"며 "공천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취소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얘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쨌든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정 의원 역시 "전혀 몰랐다. 단지 기자들에게 향응이 있었고, 액수가 얼마였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당에 들어와 인권위원장을 하면서 그런 문제가 해명이 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가 공천심사에서 논의가 됐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 공로가 있어서 공천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몰랐다"는 반응만 보인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3선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당시 단순 향응이 아니라 성 접대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 문제가 언젠가는 불거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 이미 공천을 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선거에서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고, 그렇게 이긴다고 해도 좀 너저분해지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박형준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정인봉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누굴 내보내도 당선된다는 식의 오만불손 정치"

<오마이뉴스>가 5일 정 전 의원의 성 접대 전력을 첫 보도한 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각각 성명을 내고 정인봉 전 의원의 공천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성 접대까지 했던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누구를 내보내도 당선된다는 오만한 태도"라며 "한나라당이 여전히 돈과 성 문제에 관대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인권위원장, 서울구치소 성추행 은폐사건 진상조사단 단장, 이것이 송파갑 정인봉 후보의 직책이었다"며 "그러나 그것은 모두 속임수이며 정인봉 후보의 직책은 '성접대 선거법 위반자'였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서 부대변인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언론인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고, 또 그런 추악한 문제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을 다시 국회의원으로 공천한 한나라당이 정당이냐"며 "아무리 물질이 판을 쳐도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이들의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최수영씨를 공천한 데 이어 성 접대 의혹으로 선거법위반 유죄 확정을 받았던 정인봉 변호사를 공천한 것은 안하무인 정치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승리에 젖어 오만정치 행보를 거듭하더니 급기야 국민에게 불손정치를 서슴없이 강행하고 있어 오만불손 정치로 오만방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국민적 도덕성의 최소 기준을 안다면 성 접대 추문 당사자인 정인봉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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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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