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무소 기념 평화공원
대전시
요즘도 나는 일주일에 한번은 그 동네를 지나간다. 갈 때마다 골목을 꼭 바라보게 된다. 높은 담장 안의 침묵이 견고했던 동네는 무척이나 번잡스럽고 수다스러워졌다. 아파트 한쪽에서 늙어가는 망루와 갈증으로 허덕이는 우물터가 그곳이 옛 교도소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로 남아 '평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다. 내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고, 때로는 고뇌하고 아파하기도 했던 중촌동 409번지는 '맞춤패션 특화거리'가 되어 의상실과 직물점이 골목골목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두려움도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아주 가끔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골목과 대면해도 담담하다. 사 층 건물로 변한 우리 집, 의상실의 어느 부분으로 짐작되는,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아버지의 방도 계절마다 다양한 빛깔로 나를 물들인다.
철도 안 든 자식들과 할 줄 아는 게 살림밖에 없는 아내를 남겨두고 먼 길 떠나야만 했던 아버지의 애통이 어땠을지 조금은 헤아릴 줄 아는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나를 구속하고 있던 어떤 것들에서 자유로워졌다.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간이 오랜 세월 변화를 겪으며 풍화되어 가듯이.
조민정
- 2007년 문학마당 등단. 시집 <어디로 가나요, 샬리> 대전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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