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댐 아래 계곡 물. 한강 최상류의 물이 이렇게 오염되었다고 하면 믿을까?강기희
작은 댐에 불과한 도암댐이 왜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일까. 그것은 도암댐이 한강의 최상류에 위치해 있는 데다 청정지역인 송천과 아우라지,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던 동강을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강은 현재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강변의 돌 하나 건드릴 수 없도록 되어있으나 도암댐으로 인해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정부에서 지정한 생태보전지구인 동강을 정부에서 죽이고 있는 아이러니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도암댐은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에 있으며, 인근 지역인 횡계와 용평에서 흘러드는 물을 막아 만든 댐이다. 흘러드는 물은 오염덩어리들이다. 오염된 물은 도암댐에 갇혔다가 송천으로 내려간다. 댐 아래의 계곡은 예전과 다름없지만 물은 탁하다 못해 악취가 났다.
강 바닥은 오염물질이 두텁게 쌓였고, 하얀 거품과 썩은 오염 덩어리들이 끊임 없이 밀려들었다. 계곡 물은 정화시설 없는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물 보다도 썩어 있었다. 물고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수중 생태계는 회생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았다.
죽은 계곡을 보며 탄식을 하고 있는데 왜가리 한 마리 계곡으로 날아왔다. 왜가리는 썩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물에 발 한 번 담그지 않은 채 먼 곳으로 날아갔다. 새들이 외면하는 송천계곡은 신이 빚은 계곡이 아니라 인간이 죽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계곡을 찾지 않는다
눈부시게 맑아야 할 계곡물이 죽은 것은 도암댐이 생긴 이후이다. 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계곡은 피서객과 천렵꾼들로 넘쳐났다.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접근도 할 수 없던 길이 넓게 포장되었는데도 사람들은 송천계곡을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들 안 온지 오래됐어요. 피부병 걸릴까봐 계곡엔 내려가지도 않아요. 오염된 원인을 도암댐이라 일러주면 어떤 사람은 댐 만든 이들에게 죽일 놈들이라 욕을 막해요."
송천계곡에 사는 주민의 말이다. 계곡에 살면서 민박이라도 치며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찾아오는 이들이 없어 민박 계획은 포기한지 오래라고 한다. 댐이 생기기 전엔 농사일 끝내고 멱도 감았다지만 이젠 계곡엔 얼씬도 하지 않는단다.
애써 모른척 하다 어쩌다 오염된 계곡물을 보게되면 화부터 난다는 주민은 도암댐 해체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도암댐만 헐면 계곡은 금방 살아나요. 정부에선 댐을 유지하겠다는 모양인데 말도 안되는 발상입니다."
주민은 쓸모없는 댐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도암댐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송천계곡에 사는 주민들과 정선군민이다. 관광지인 아우라지는 명성만 남았고 아름답다던 동강은 오염된 이후 이름값도 못한다.
예전 아우라지에 가면 시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아우라지 강변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작품을 건져 올렸다. 강이 오염되면서부터 시인들은 더 이상 아우라지를 찾지 않았다.
동강 오염 쉬쉬하는 지자체... 공약은 버려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