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인근의 송천 물. 도암댐에서 흘러나온 물이다.강기희
도암댐이 있는 남한강은 강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맑은 물은 간데 없고 도암댐에서 방류한 뿌연 흙탕물이 연일 한강의 상류인 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흙탕물엔 축산폐수와 농약·비료·생활폐수 등이 한데 섞여있다.
도암댐에서 홀러나온 물은 송천이란 이름으로 정선군 북면 구절리를 지나, 정선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합수하면서 조양강이 되고, 조양강은 정선을 지나면서 동강이 된다. 동강은 영월에서 서강과 합수하면서 비로소 한강이라는 이름은 얻는다. 한강은 단양과 충주 여주를 지나 서울로 간다.
한강은 남녘땅을 고루 적셔주고 있는 민족의 젖줄이다. 그런 한강이 죽어가고 있다. 한강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건 다름아닌 도암댐. 도암댐은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건설된 댐으로 1991년부터 발전방류를 시작했다가 10년만인 2001년 발전방류를 중단했다. 발전과 함께 강릉으로 흘러든 오염된 물이 원인이었다.
전력생산의 중단으로 도암댐은 사실상 용도폐기 되었다. 용도폐기된 도암댐을 정부는 홍수조절용으로 용도변경을 했다. 용도가 홍수조절용으로 변경되었다고는 하지만 오염된 물은 그대로이다. 댐이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된 오염원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졌고 그 실태 또한 심각하다.
원앙과 비오리가 떠나는 동강, 어름치는 보이지도 않아
도암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맑은 물을 자랑하던 정선의 강을 황하강으로 만들었다. 아우라지 처녀도 강을 외면한지 오래다. 이제 곧 민물고기들의 산란철이 다가오지만 대책이 없다. 도암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강바닥을 뻘밭으로 만들어놓았다. 물고기가 산란을 하려해도 산란장소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쩌다 산란을 한다해도 흙탕물로 인해 산소와 햇볕이 차단되어 알을 부화 시키지 못한다. 부화가 되었다 해도 수서곤충이 없으니 먹을 게 없어 살아남을 수 없다. 죽은 강이 불러온 대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류의 감소는 조류의 감소로 이어진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아 볼 수 없는 강은 사람의 목숨마저 위협한다.
도암댐은 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 동강주변을 '동강유역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동강을 도암댐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선 동강을 지키자고 하고, 어느 부서에선 동강을 죽이고 있다. 이 나라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우습기만 하다.
동강엔 어름치와 원앙·산양·사향노루 등의 천연기념물 10종과 삵, 호사비오리, 하늘다람쥐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19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유류와 조류, 어류, 육상곤충 등 1840종이 동강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