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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미디어포커스> 10월 1일자 방영분.
"정 검사를 낮에 만났다고 들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현씨에게 물었더니), 어제 있던 일에 대해 사과하면서 좀 이해하고 넘어가달라고 했고. (정 검사 실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없었다."

'대구 국감 술자리 추태'와 관련, 지난달 23일 대구 J호텔 L바 사장 현씨를 만나 취재했던 매일신문 기자가 KBS <미디어포커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미디어포커스>는 1일자 방송에서 당시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기자들은 '정 검사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현씨 말은 거짓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씨가 23일 언론과 처음 접촉했던 자리에는 대구MBC 2명, 매일신문 2명, 연합뉴스 1명, 오마이뉴스 1명 등 모두 6명의 기자가 있었다.

이는 언론보도 이후 검찰조사 과정에서 '기자들이 주 의원에 대해서만 질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현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이다. 또 주 의원이 내세운 '정치음모론'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 KBS <미디어포커스> 10월 1일자 방영분.
▲ KBS <미디어포커스> 10월 1일자 방영분.
<미디어포커스>는 이날 방송을 통해 "'대구 국감 술자리 추태'가 정치공방으로 변질되는 과정 등과 함께 ▲검사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였다면 왜 처음부터 알려지지 않았는지 ▲주성영 의원의 욕설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정치적 음모가 실제로 있었는지 등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포커스>는 이와 관련, "욕설과 성희롱 피해자이자 진실을 미궁에 빠뜨린 당사자"로 현씨를 지목하고, 초기 주장과 달리 상황에 따라 뒤바뀌고 있는 현씨 태도의 문제점을 비중있게 다뤘다.

<미디어포커스>는 "23일 오후 술집 여사장 현씨는 기자들에게 주 의원이 폭언을 반복해서 퍼부었다고 말했으며 이후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오마이뉴스를 참고하라고까지 말했으나 불과 사흘만에 오마이뉴스가 왜곡했다고 말하는 등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또 "(현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후 기자회견은커녕 기자들과의 만남조차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담합해서 왜곡?... 말 바꾼 현씨

이어 <미디어포커스>는 "현씨가 26일 인터뷰에서 (파문 다음날 만난) 기자들이 담합해서 자신의 주장을 왜곡보도했다고 주장했다"며 "주 의원의 욕설에 대해서만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정 검사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 KBS <미디어포커스> 10월 1일자 방영분.
<미디어포커스>는 이같이 뒤바뀌고 있는 현씨 발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이유로 <미디어포커스>는 "현씨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왜곡됐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고 있으며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23일 현씨가 만난) 기자들은 대부분 '현씨의 말을 인용보도했으며 왜곡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따라서 <미디어포커스>는 "현씨가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가 뭔지, 바로 이것이 진실을 밝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없는 취재원 말만으로 보도하면 위험"

<미디어포커스>는 "언론의 허술한 초기 보도가 이후 당사자들끼리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는 진실게임과 음모론 공방의 단초가 됐다"며 관련보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에 대해 <미디어포커스>는 "오마이뉴스는 추가 확인 없이 사장 말만 인용해 기사를 썼고 첫 보도에는 당사자의 반론을 싣지 못했다"면서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반론은 실었지만 술집 여사장과 대구여성회 주장만 일방적으로 담아 전달했을 뿐 다른 국회의원이나 검사 등에 대한 추가취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KBS와 조선일보 등은 시민단체의 말을 빌어 주 의원이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셈"이라고 지적한 뒤 "일부 매체들은 술집 여사장에 대한 취재 없이 오마이뉴스나 연합뉴스를 인용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유난히 '술 사고'가 많았던 주 의원에 대한 심리적 선입견이 확인취재를 소홀하게 했다는 기자들의 자성도 나왔다.

한 기자는 <미디어포커스>와 인터뷰에서 "주 의원의 성희롱 (의혹) 부분은 명예훼손일 수도 있는데, 과거 전력 때문에 (성급하게 판단한 면이 있다)"면서 "다른 국회의원이 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포커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취재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쓰는 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폭넓은 확인취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국정감사의 '밤문화'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미디어포커스>는 "주성영 의원만 놓고 본다면 욕설을 한 번 했는지, 두 번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인격을 지니고 있는지 하는 문제를 꼭 짚어봤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 KBS 9시뉴스 9월 23일자 화면. KBS는 이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술집 여사장에게 욕을 하고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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