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이 주성영 의원 술자리 폭언을 '공작'한 배후로 지목한 대구 J호텔 오락실 사장 서아무개(53)씨와 자영업자 이아무개(47)씨는 "정치 공작을 한 사실이 절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이용해 정치공작설을 유포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7일 오후 자체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이번 술자리 폭언 날조사건에는 대구지역 재선거와 관련 있는 특정인의 주변인물들이 다수 개입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면서 그 배후 인물로 서씨와 이씨를 지목한 바 있다. 서씨는 문제의 술자리가 벌어졌던 L바의 실질 소유주로 영업이익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씨는 이날 저녁 <오마이뉴스>와 만나 "L바 현 사장이 2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기 전 이미 그날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나한테 얘기했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대로 '주성영 의원이 술자리에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씨가 23일 오후 기자들에게 주 의원의 욕설 폭언을 주장했던 것보다 앞서며 일각에서 여성단체 제보자로 지목되고 있는 현씨의 수양엄마 외에 현씨 스스로 '주 의원 욕설 폭언'을 이미 제3자에게 말했음을 보여준다.

서씨는 또 "당시 현씨가 주 의원의 폭언 사실을 말하면서 정선태 차장검사가 잘못한 부분도 이야기했다"면서 "하지만 가장 크게 문제삼은 것은 주 의원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씨가 서씨에게 주 의원의 욕설 폭언을 전하는 자리에는 서씨의 20년 지기 후배인 이씨도 함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씨는 "현씨는 23일 처음 봤다, 당시 서 사장을 만나러 갔다가 L바에서 현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길래 합석했으며 그 자리에서 주 의원의 폭언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두 사람은 이미 주 의원 얘기를 하고 있었으며 현씨는 주 의원 욕설 때문에 잠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10여분 뒤 기자들이 현씨를 찾아오기 시작하자 그 자리를 떴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기자들이 가고 나서 L바에 다시 들렀더니 연합뉴스 기자만 남아 인터뷰 요청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현씨가 전날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한데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지쳤다며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어 '기자도 자기 임무가 있는데 취재에 협조해줘라, 연합뉴스에 뜨면 다른 언론도 다 받으니까 또 (인터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기자들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해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락실 사장 서씨 "장사에 도움 안되니 입 다물라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씨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어떤 협박이나 외압도 없었고, 더구나 자신이 선배 서씨를 협박해 현씨로 하여금 주 의원의 '욕설 진술'을 하도록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어떻게 20년 지기 선배를 협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공안검사 출신인 주 의원이 마치 옛날 (공안사건 수사에서) '조직도'를 그리듯 관련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집어넣어 음모론을 꾸미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정치 음모설'을 부인하기는 서씨 역시 마찬가지. 서씨는 "나는 현씨가 (언론 등에) 문제삼으려고 할 때 장사에도 도움이 안 되는데 모든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라'고 말했을 뿐"이라면서 "주 의원의 부분만 확대하라거나 부풀리라고 했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의 측근으로 이씨를 지목하고, '서씨가 이씨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주 의원 주장도 전면 부인했다. 서씨는 "이씨는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이다, 어떻게 후배한테 압력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다만 서씨는 이강철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아는 다수 후배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이 전무-여사장 '삼자 대면' 가능성

한편 일각에서는 사건 뒤 주성영 의원이 욕설·성희롱의 피해자인 현씨를 직접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씨는 이날 "욕설 파문이 보도된 23일 이후에도 현씨와 나는 몇 차례 통화를 했다"며 "지난 24일 오후 통화를 할 때 현씨는 '(의약도매상을 하는) 이아무개 전무가 주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묻길래 '사건이 더 커지니 만나지 마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L바의 영업사장인 현씨와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모 의약품도매회사 전무인 이씨는 22일 밤 L바에서 술을 마시다 당시 상황 목격자로 이번 사건의 진실공방에서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 이 전무는 "주 의원이 당시 일부 욕을 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술자리 초기 한 마디 폭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전무는 또 한나라당이 27일 '대구 술자리 사건'에 대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증거로 내놓은 주 의원의 녹취록에 등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씨가 이 전무로부터 주 의원을 같이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서씨 주장은 이번 사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시기는 '욕설 파문'이 확산된 이후 주 의원이 이 전무와 만난 24일과 시기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 의원과 이 전무, 그리고 현씨와의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 성사에 대해 정작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뭔가 숨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주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건 뒤 이 전무가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와 만났다고 인정했지만, 이 전무는 처음엔 이를 부인했다. 그러다가 주 의원이 자신과의 만남을 언론을 통해 시인하자, 말을 다시 바꾸었다.

이 전무는 지난 2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주 의원은 평소 알지 못하던 사이로 당일(22일) 처음 만났다"고 말하고 "언론보도 이후에는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무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주 의원과 24일 만났냐고 묻자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주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