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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어떤 노사 집단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일 취임 1백일 기념 기자회견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국경제의 장래가 그렇게 어둡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그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청와대에서 6대 경제신문 편집국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 노사문제의 해결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어떤 노사 집단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며, 그 법이 옳고 그르든 이젠 그것도 묻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또 "노사제도 역시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고 "노사 쌍방간에 국제적 기준에 맞춰나가도록 제도 개선에 방향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오자 "경제 대통령을 정말 한번 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너무 자주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위해 대타협을 제안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 사회 문화의 토대가 대타협이 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며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노동운동 지도부가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강경하고 과격해, 자율적인 변화가 조성되기 전에는 노사 대타협이 어려울 것"이라고 노동운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현재의 노동운동과 관련 "지금 같은 노동운동을 가지고는 노동운동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다"면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노사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노사간 신뢰를 위해 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도 노동법을 제대로 준수해 주고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경영상태를 아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와 대화하는 그런 원칙을 좀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 그대로 간다"

최근 부처간 논란을 빚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이 자체를 놓고 지금 시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당분간 현상 유지해 간다는 것이 대통령과 경제각료들 사이의 합의"라며 "시장의 감시기능이 더 향상되면 그에 비례해서 점차 규제를 줄여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제도 유지에 힘을 주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 투명성이 높아지고, 주주라든지 기타 이해관계인에 의해서 시장을 감시하는 기능, 투명성을 감시하는 기능이 잘 발달돼 있으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해 버려도 될 수 있는 문제"라며 "투명성과 감시기능이 제대로 안돼 있으니까 출자총액제한제도라고 하는 좀 무리한 제도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제도 유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집단소송제와 기업회계제도 개선을 위한 법 하나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국회에서 처리가 되고 시장에서 신뢰가 높아지면 그 때가서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집단소송제 등은) 그냥 그대로 간다"라며 "따로 모여서 지붕에 연기가 날 때까지 워크숍 안 해도 이 부분은 합의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승 <서울경제> 편집국장의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데 일조해달라'는 주문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부의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다듬는 일, 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인식"이라고 전제하고 "정부가 기업에 대해서 좀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자녀들에게 상속해 줄 재산이 없는 형편"

과거 정부와 기업간의 밀착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기업집단이나 기업 일반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결의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이 실제로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 별 도움이 될지 확신을 못가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공동화 현상에 대해서 그는 "산업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에 임금을 낮춘다든지, 땅값을 낮춘다든지, 물가를 안정시킨다든지 등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기술혁신과 그것을 통한 경쟁력 강화만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상속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적절한 상속세를 통해서 부를 재분배하고 사회적 기회를 좀 더 공평하게 하기 위한 국가적 제도는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부자를 무시하거나 의심하는 문화를 우리가 바꿔야 한다"며 그런 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돈 버는 과정이 정정당당하고, 경쟁하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상속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사실 집 한 채 정도는 상속해 주고 싶은데 미리 준비를 못했다"면서 "지금 현재로서는 상속해 줄 재산이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혁신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당국의 높은 기술혁신부터 산업 인력문제까지 인력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청년 실업은 구조적인 문제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청와대 또는 내각 진용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해왔다"면서 "이 점에 관해서 당분간 이대로 가려고 한다"고 말해 당분간 내각 개편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6개월만에 무슨 평가를 해서 거기에 책임을 묻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인사의 도리"라며 "안정성을 강조해서 밀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나 내각 개편은 없다"

'경제수석실의 부활 필요성'에 대해 "예전에는 청와대에 부처별 담당 수석이 있어서 실질적으로 정책 내용에 개입했지만, 참여정부의 정책실은 대통령의 정책기능을 보좌하고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처간 이견은 국무조정실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안되면 국무총리가 중재할 것이며, 중대한 과제는 대통령이 주재해 협의하는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경제수석실 도입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8.15 때 언급한 자주국방과 관련 국방예산 수준은 현재 2.79%에서 3%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용산 기지 이전이나 미군 재배치관련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군의 근무환경, 복무 환경이나 복지여건을 개선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군 방비 예산이 1조원 이상 증액될 것임을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무원과의 온라인 대화에 이어 경제지와의 합동인터뷰에서도 향후 국정방향은 '제자리 찾기를 통한 혁신'임을 분명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부터 제자리를 찾기'를 시작할 때 그 바탕 위에서 정치권이나 검찰, 국가정보원, 경제 문제까지도 제자리 찾기와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예로 들면서 "당에 수사가 들어가는데 대통령이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민주당에서는) 괘씸하다 하지만, 뒷날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것이 정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검찰에 수사 지침을 내리지 않으니 한참동안 혼란스러워 하다가 이제야 고맙다는 환영의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검찰이 외부통제를 받지 않아 무소불위를 행사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자생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예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오전 공무원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언급한 미국식 대통령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정부를 경기운영위원회에 빗대 "경기운영위원회로서 운동장을 다듬고 선수들 입장순서나 잘 정해 주고 응원석이 질서 있게 잘 돌아가도록 하면 된다"며 "정부가 자기 할 일을 정확하게 찾아서 정확하게 자기 위치를 잡는 일이 5년 간 해야할 제일 핵심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노동운동으로는 안 된다...내부에 큰 변화 있을 것"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경제지 편집국장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노조에 대해 또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은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부정적 요소로 '노사 분규'를 꼽았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80년대 내내 어떤 반독재 투쟁과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강고하게 정부와 맞서고 있다"며 그 때문에 한국에는 '노사관계' 보다는 '노정관계'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80년대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하며 1년 내지 2년 안에 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는 대화와 타협의 기조는 유지하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노사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대화와 타협' 보다는 '법과 원칙'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사간 제도 개선에 대해 대통령은 국제적 기준을 언급하면서 노동 유연화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노동 유연화와 관련 강력한 투쟁력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는 아주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힘이 약한 노동자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고한 고용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해 '노동 유연화'와 관련 제도 변화를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노동운동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노동운동 세력에 대해 "조직률도 낮아, 집단적 대표성도 지도력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며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일반 노동자 보다 훨씬 더 강경하고 과격하다"고 혹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같은 노동 운동을 가지고는 노동운동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다"며 "노동계 내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박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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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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