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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수)] 유명한 하코다테 라면을 먹다
달린 거리 85km. 토와다 호수->하코다테


▲ 하코다테의 유명한 먹거리인 하코다테시오라멩
ⓒ 박세욱
이날 토와다 호수에서 오전 중에 아오모리까지 갈 계획이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엄청난 고개가 나타났다. 아마 그런 고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호수 구경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순수 오르막만 약 10km. 고개 옆에 약 1500m가 넘는 산이 있었다.

결국 넘긴 넘었다. 낮 12시쯤에 아오모리에 도착했다. 아오모리에서 바로 홋카이도로 넘어가는 배를 예약하고 가이드북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으러 나섰다. 홋카이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점을 몇 군데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 지도 구입엔 실패.

그대로 배를 타고 홋카이도로 넘어갔다. 오후 여섯 시에 도착했으니 약 4시간 걸린 셈이다. 배에선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자전거 화물 요금을 줄이기 위해 가방에 자전거를 넣고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배로 '휙'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내릴 때 말을 걸었더니 일본어 발음이 어색했다. 한국 사람일 것이란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 맞았다. 김낙영(21세)이란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다니다가 일행과 헤어졌단다.

홋카이도섬의 하코다테에 도착해 함께 라면을 먹었다. 하코다테 라면은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 이날은 하코다테 역에서 잠을 잤다.

[10일(목)] 최고속도인 72km를 기록한 날
달린 거리 97km. 약하게 비가 옴. 하코다테->모리


▲ 배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 김낙영군과 함께. 왼쪽이 김낙영군.
ⓒ 박세욱
오전 5시에 일어났다. 지도를 사야 하는데 서점이 문을 열지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편의점에서 샀다고 한다. 주변 편의점 네다섯 군데를 뒤져 지도를 샀다.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10km 정도 달린 지점에서 사진기 삼각대를 역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되돌아갔지만 삼각대는 없었다. 분실물 센터에 문의했지만 역시 없다. 허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코다테에서 50km 정도 떨어진 모리까지 갈 생각이다.

그런데 내리막길이 나타났는데 속도가 너무 안 난다. 너무 힘들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일본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바람을 한 번도 안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넣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힘들다.

너무 이상하고, 짜증이 나 자전거를 분해했다. 알고 봤더니 브레이크 패드가 바퀴에 붙어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오늘 내내 이 상태로 자전거를 탄 것이었다. 오늘 이 시간까지 달린 거리 43.43km.

자전거를 고친 뒤 내리막길에서 일본에 도착한 이후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시속 72km. 차가 없는 직선 내리막길이라서 마음껏 달렸다. 자세를 바짝 낮춘 게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오후 네 시에 모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삿포로에 빨리 가야 했다. 계속 내린 비 때문에 물에 잔뜩 여권을 맡기고 새로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사진에 잉크가 번져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여권 발급 때문에 일정이 또 늦춰질 것 같다.

이날은 모리 근처 공원에 숙소를 정했다. 텐트를 치고 누웠는데, 새벽에 젊은이들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담배를 피는데, 내가 있는 것을 보고 손짓을 한다. 일단 무시했다. 무척 신경 쓰였다. 밖엔 비도 내리고 있는데.

[11일(금)] 90일 동안 3400km를 달리는 할아버지
달린 거리 110km. 구름이 잔뜩 낀 날씨. 모리->니세코


▲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은어낚시.
ⓒ 박세욱
홋카이도는 역시 서늘하다. 긴팔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진 반팔로 버티고 있다. 오늘 미세코까지 갈 계획이다. 한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 본 가이드북에 따르면 니세코는 무척 아름다운 관광지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오전 7시에 길을 떠났다. 오후 1시 30분까지 95km를 달렸다. 니세코 10km 전이다. 죽으라고 달렸다. 언덕 내리막길, 언덕 내리막길이 계속 반복됐다. 처음엔 미세코까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기차를 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길에서 만난 아저씨가 언덕길이 많으니까 기차를 타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이기도 했다.

▲ 토와다 호수의 상징인 동상.
ⓒ 박세욱
하지만 다른 젊은이는 갈 수 있다고 나를 격려했다. 언덕이 많지만 그래도 못 넘을 정도는 아니라고. 결국 그 말 믿고 나섰다.

이 곳엔 온천이 무척 많았다. 근처 온천에 들어가 3-4시간 동안 밀린 빨래를 몽땅 해치웠다. 온천 이용료는 500엔. 야외 온천과 실내 온천이 있어 오가며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오늘 낮엔 일본 최남단에서 북쪽 끝까지 마라톤 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신문에도 나온 분인데, 약 예순 정도 돼 보였다. 90일 정도 3400km를 달린다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매일 10시간씩 달린단다.

오늘은 니세코 미치노에키에서 잘 예정이다. 지금 시간 오후 6시 48분.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고 있다. 이 곳은 오후 7시쯤이면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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