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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욱씨는 7월 6일 일본에 도착한 뒤, 남에서 북으로 일본 종주 여행 중이다. 폭우를 뚫고 일본 여행 중인 박세욱씨와 21일 전화 통화한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다.


▲ 3일 동안(19일-21일)의 경과
"나고야 북쪽 마을에 있다가 남쪽으로 내려왔다. 21일엔 아이치현 나고야 밑 어느 마을에서 1번 국도 타고 하마마츠 근처의 작은 마을까지 갔다. 중간에 150번 국도로 갈아탔다."

▲ 달린 거리
"19일 70여km, 20일 111km, 21일 70여km."

▲ 날씨
"계속 비가 내렸다. 19일, 20일, 21일 모두. 21일 저녁엔 비가 그쳤다. 22일에는 맑다고 했다."

▲ 비 올 때 대처법
"우비 입고 달렸다. 모자 달린 상의 우비인데, 옆구리 쪽에 숨구멍이 달려 있다. 그 쪽으로 비가 들어온다. 우비 입었다고 해서 비가 안 들어오는 게 아니다. 다 젖는다. 단 비가 직접 피부에 닿는 것을 막아주고 한기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 바지는 쫄바지를 입고 타서 비를 맞아도 끄떡없다. 예전엔 부끄러워서 안 입었는데, 지금은 장기 여행이니까.(^^)"

▲ 시즈오카 해변 도로는 달리는 중
ⓒ 박세욱
빨래는 코펠에다 세제 풀어서…

▲ 옷과 빨래
"반바지 세 벌, 긴 바지 두 벌, 상의는 반 팔 두 개, 긴 팔 세 개, 잘 때만 입는 면 옷 한 벌, 자전거를 탈 때 입는 옷은 거의 정해져 있다. 자전거용 옷과 빨간 반바지다.

계속 비가 내려서 사이클 복은 빨지 않은 상태로 대충 입고 있다. 다른 옷들은 코펠에다 빨래를 담아서 세재 푸는 형태로 이따금씩 빨았다. 얼마 전엔 빨래집게도 샀다. 그런데 계속 비가 내려 말리기가 힘들었다. 이틀 전 갑자기 햇빛이 났을 때 모든 옷을 널고 바짝 말렸다."

▲ 짐 무게
"약 25kg 정도. 우산과 매트리스를 하나 산 것 외엔 출발할 때와 짐 차이가 별로 없다."

▲ 자전거 도로 상황
"좋은 데는 좋고 나쁜 데는 나쁘다. 비와코(비파호수) 주변 도로는 무척 좋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타게 된 국도는 그다지 좋지 않다. 갓길이 있긴 있는데, 달리기가 껄끄러웠다."

▲ 쿠스츠시 비와코박물관 앞에서 만난 기인 아저씨
ⓒ 박세욱
▲ 특별한 여행지
"21일 하마마츠라는 도시에 있는 나카타지마라는 사구 해안이다. 아주 길게 이어진 해안인데 인근 비포장도로를 혼자서 달렸다. 비가 오는데도 아주 환상적이었다. 혼자서 그 길을 달리니까 적막에 쌓이면서 문득 기분이 좋아지더라."

▲ 특별한 사람
"얼마 전 만난 이시카와란 사람이다. 당시 150일 넘게 자전거로 일본 여행 중이었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나처럼 해안선 따라 돈다거나, 종주를 하는 게 아니라, 지그재그로 일본을 돌고 있었다. 심지어 8자 형태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일본에서 여행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처럼 느긋하게, 길게 여행한다고 말했다."

화장실서 샤워 중 갑자기 남자가 들어와

▲ 숙소
"19, 20일은 노숙했다. 오늘은 라이더 하우스에서 잔다. 노숙할 때는 큰 도시의 공원은 피한다. 이유는 위험해서다. 다른 노숙자들한테 물건을 도둑맞거나 맞을 수 있다. 중 고등학생들이나 게이들의 위협도 있다. 19일 잔 곳은 나고야에서 상당히 가까운 어느 공원이었다. 원래는 나고야 시내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내 입구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150일째 자전거 여행)에게 주의를 들었다. 공원이 위험해 보인다는 거다.

그래서 인근의 최대한 작은 마을 공원을 찾아서 들어갔다. 그 곳에 짐을 풀고 장애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와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내가 씻는 것을 알고서도 들어왔다. 크게 고함을 지르니 나가더라. 잠시 뒤 씻고 나가면서 물어봤다. 왜 들어왔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여기(공원 화장실)는 남자와 남자가 데이트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다른 남자와 만나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가던 중이었단다.

21일 숙소는 라이더하우스다. 오토바이족들을 위한 숙소인데, 아주 싸다."

▲ 노숙 단속
"아직까지 노숙 단속 한 번도 없었다. 20일 잘 때는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내심 걱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 나카타지마라는 곳에서. 혼자서 이런 빗속을 계속 달림.
ⓒ 박세욱
▲ 자전거 상태
"최악이다. '서걱서걱' 하면서 쇠 갈리는 소리가 난다. '삐거덕'거리는 소리도 매우 심하고. 계속 비를 맞고 모래가 끼이면서 생긴 현상인 듯하다. 그래서 얼마 전 자전거 기름을 한 통 샀다. 자전거포에서 그냥 발라 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안 된다고 하더라.

브레이크를 잡을 때 앞으로 쏠리는 현상도 있다. 첫 날 이 문제 때문에 자전거 숍에 맡겼었는데, 재발했다. 그 때문에 브레이크 잡다가 넘어진 적 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 라이다하우스의 이자카야라는 곳에서 손님들과
ⓒ 박세욱
자전거 여행하기에 한국이 숙식 여건 훨씬 좋아

▲ 숙식과 비용
"7월 6일 일본에 도착한 뒤 지금까지(21일) 보름 동안 든 숙박비는 모두 4천엔이다. 거의 노숙했기 때문이다. 21일에는 라이더하우스에서 자면서 숙박비로 1천엔을 썼다. 여기선 숙박비가 싼 데신 모든 게 다 옵션이다. 빨래, 목욕비를 다 따로 내야 한다. 그런데 목욕은 여기서 공짜로 했다.

식사는 보통 아침은 전날 남은 음식으로 대충 때우고 점심 저녁만 거의 사서 먹거나 해 먹었다. 20일엔 전날 먹다 남은 바나나를 먹었다. 다른 날 아침은 빵과 우유로 많이 때웠다. 아니면 칼로리 밸런스(영양보충식)를 먹거나. 21일 점심때는 7백엔짜리 일일정식을 사먹었다.

21일 저녁은 라면을 사먹었다. 라이더하우스에선 손님들이 자꾸 맥주를 줘 아주 얼큰한 저녁을 보냈다.(^^)

숙식 여건은 한국이 훨씬 좋다. 웬만한 도시마다 찜질방과 24시간 저가 식당이 즐비하다. 일본은 대부분 식당이 오전 11시나 돼야 문을 연다. 24시간 식당이 일본엔 없다. 한국이 도로 사정 빼곤 자전거 여행하기에 무척 좋다."

▲ 잠시 비를 피하며 지도 확인 중
ⓒ 박세욱
▲ 앞으로 계획
"일 주일 정도 연장될 것 같다. 원래 8월 8일 34일 동안 여행하면서 약 2500km 정도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착하는 날 자전거가 고장 나 하루 미뤄지고, 계속 폭우가 내리면서 생각보다 훨씬 못 달렸다. 지금 후지산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약 2-3일 정도 늦은 상태다. 기록경기하기 위해 일본 여행하는 게 아닌데, 예정된 구경은 다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가오카라는 지역에서 열리는 불꽃축제는 꼭 볼 예정이다."

▲ 지금 생각나는 말
"나카타지마 옆 숲길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생각이 난다. 숲길이 끝날 때쯤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문득 힘들지 않냐고 물으시더라. 이번 여행하면서 태풍과 폭우에 시달리면서 너무 힘들었다. 바람도 너무 거셌다. 포기하고 싶다고 느낀 게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재밌다'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대답을 하고서도 스스로 놀랐다. 앞으로 그 때 그 말을 한 게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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