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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월)] 자전거에서 내리니 '몸살'
도쿄. 맑음. 하루 종일 '방콕'. 몸 상태 최악.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 무리하던 사람이 쉬면 병난다더니 꼭 그 짝이었다. 도쿄에서 푹 쉬니 그 동안 멀쩡하던(멀쩡하진 않았지만) 몸이 갑자기 망가진다. 온 몸이 아프고 일어서면 토할 것 같다. 심한 몸살이다. 긴장이 풀린 탓이다.

그런데 이날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의 저자 이시다 유스케씨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어떻게든 힘을 내야 했다. 결국 나갔다. 유스케씨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숍 에어컨 성능이 너무 좋았다. 몸이 더욱 나빠졌다. 집에 들어온 뒤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잠만 잤다. 다음날 아침까진 무조건 나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한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1일(화)] 반나절 만에 회복 '신기하다'
도쿄. 맑음.


신기하게 나았다. 단 반나절 만에. 그 전날 죽도록 아팠는데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너무 신기했다. 오전에 'be-pal'이란 유명한 잡지사 사진사와 사진촬영을 했다. 유명한 잡지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의 저자 이시다 유스케씨와 함께. 오른쪽이 유스케씨.
ⓒ 박세욱
[8월 2일(수)] 나가오카 불꽃놀이서 본 일본인의 질서 의식
도쿄->나가오카. 친구집에서 숙박. 맑음.


이날 도쿄를 떠났다. 버스를 타고 나가오카에 갔다. 2일-3일 열리는 불꽃놀이를 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나가오카 불꽃놀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고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많이 본 내 눈에는 다소 평범하게 보였지만 꽤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무척 질서정연했다. 사람들은 모두 앉아서 조용히 지켜봤다. 불꽃이 터지면 일제히 '와'하는 함성이 터지며 똑같이 박수를 터졌다. 우리나라는 모두 일어서서 볼 텐데,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은 불꽃축제장 주변의 음식점들. 야타이(길거리 음식)가 즐비했고, 시원한 맥주도 팔고 있었다. 시원한 과일 얼린 것, 닭꼬치 등 진열된 것들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불꽃축제는 2일 저녁 6시 반에서 저녁 9시 반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렇다고 세 시간 동안 내내 불꽃이 터진 것은 아니고, 천천히 아주 긴 간격을 두고 불꽃이 한 방씩 터졌다. 행사가 열린 곳은 시나노가와강인데 일본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한다.

▲ 4일 지나간 해안도로.
ⓒ 박세욱
[8월 3일(목)] 뜨거운 햇빛, 그늘만 보이면 낮잠 잔다
나가오카->니가타. 95km. 맑음. 친구의 친구집에서 숙박.


1주일 동안 푹 쉬었더니 힘이 넘친다. 시나노가와강을 달렸다. 날씨가 맑고 달리기에 좋다. 자전거도로가 나있진 않았지만 자전거를 타기엔 좋았다. 단 문제는 그늘진 데가 없어서 햇빛을 피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나무도 없고, 정자도 없으며 앉을 만한 의자도 없었다.

한참 달라니 시나노가와강이 두 갈래 갈라진 곳과 만났다. 수력발전소같은 관리소가 있었고, 옆엔 조그만 공원이 있었다. 그 곳에 정자 같은 건물이 있어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낮엔 햇볕이 워낙 뜨거워 그늘이 보이면 누워서 낮잠을 잤다. 정자에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해가 뜨겁고 낮 기온은 30도 정도였다. 위도가 높아 우리나라보다 기온은 조금 낮았지만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았다.

그날 저녁엔 이시다 유스케씨가 소개한 유명한 라면집에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니가타엔 유스케씨가 말한 라면집이 없었다. 결국 헤매다 맛없는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가고시마에 있는 라면집을 착각한 듯했다.)

이날 저녁은 친구의 친구집에서 잤다. 원래 니가타에 있는 친구(다카하로란 일본인 친구로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가이드를 해 준 인연이 있음.) 얼굴만 보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함께 자자고 붙잡았다. 친구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혼자 자기 심심한 모양이었다. 자취방 수준의 집에서 하루 밤을 자고 다음날 새벽에 집을 나섰다.

▲ 사사가와나가레에서 수영하다
ⓒ 박세욱
[8월 4일(금)] 객지서 만난 여행자 자전거, 반가움 두 배
니가타->야마기타현의 아쓰미 역. 110km.


새벽 다섯 시에 집에서 나왔다. 우유배달을 하는 친구가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다. 원래 빨리 출발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함께 일어났다.

어제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더니 허벅지 부분이 무척 아팠다. 화장실 간 것 외엔 거의 쉬지 않고 탄 결과였다. 아침엔 '칼로리 바란스'를 먹고 점심은 도시락을 사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식당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도시락이 제일 간편했다.

▲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다.
ⓒ 박세욱
달리는 도중 사사가와나가레에서 수영을 한 뒤 옷을 갈아입는데, 여행용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자전거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잠시 뒤 여행용 자전거가 또 한 대 들어왔다. 그 사람까지 붙어서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한 대가 들어왔다. 이렇게 해서 모두 네 명.

훗카이도행으로 여행 방향이 모두 똑같았다. 그러나 자전거 속도가 달라 함께 여행하기는 힘들었다. 한 사람은 여행 4일째인데 하루에 평균 160km씩 달렸다. 나머지 한 명은 하루에 100km씩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헤어져 달리다 이번엔 다섯 명의 자전거 여행자 그룹을 만났다. 그 중 한 명은 1만엔짜리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있었다. 한국 돈으로 약 10만원 정도 하는 주부용 자전거였다. 그 사람은 짐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싣고 달렸다.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여행하고 있다고 밝힌 그 사람의 나이는 겨우 21살. 그러나 내가 볼 때는 30세를 넘는 외모였다.(--)

그날 밤엔 몇몇 자전거 여행자들과 함께 파티를 벌였다. 고기를 넣은 카레와 수박을 먹었다. 잘 먹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새벽 3, 4시에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 무료온천을 즐기고 나서. 함께 목욕한 자전거 여행자들과 함께 사진 촬영.
ⓒ 박세욱
[8월 5일(토)] 자전거 상태는 여전히 나쁘다
124km. 아쓰미->아키타가기 50km 전.


전날 함께 잔 사람들과 일단 함께 달렸다. 오후엔 무료온천에 가서 목욕했다. 몸을 씻고 나오자 밖에선 하나비(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비를 본다고 멈춰서고 나만 혼자 계속 달려서 아키타가기 50km 앞인 한 미치노 에키(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해당)에서 잠을 잤다.

자전거 상태는 여전히 나쁘다. 나가오카에 있으면서 손을 많이 봤는데, 스템(핸들 부분)은 계속 덜컥거린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고 심한 내리막길이 아니라서 내버려두고 있다. 기어변속기는 잘 되게 자체 수리했다.

신기한 점은 아직까지 펑크가 단 한 번도 안 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500km 이상 달렸다. 타이어가 펑크 안 나는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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