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상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너른 공터에는 ‘내 고향 군위는 내가지킨다. K-2는 절대 안 돼’라고 쓴 현수막을 길게 메단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다.
뉴스민
<뉴스민>은 산성면 화본역에서부터 군위 '민심 번역'을 시작했다. 김태리는 몰랐겠지만, 산성면과 우보면은 최근 몇 년 동안 공항 문제로 시끄럽다. 군수는 소멸 위험에 처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대구 민군통합공항 이전 유치를 추진했다. 역전상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너른 공터에는 '내 고향 군위는 내가지킨다. K-2는 절대 안 돼'라고 쓴 현수막을 길게 매단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이정식(70)씨가 혼자 자리를 지키며 신문을 보고 있었다. 이씨는 K-2 통합공항 유치 반대 추진위원회 산성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씨는 약 20분간 나눈 대화에서 '민족'을 일곱 차례 언급했다.
"우리 민족이 사용할 비행장을", "우리는 5천년 문화 민족", "민족이 발전하는 데 도움 되어야" 따위의 발언에서 이씨는 통합공항 이전의 '민족적' 부당함을 설파하려 했다. 이씨는 정당들을 비판하는 데도 '민족'을 사용했다. 이씨는 "민족 정기가 중요한데, 지금 당들을 보세요. 당리당략으로 가요. 정말 민족을 생각하는게 약해요"라고 말했다. '민족'은 이씨가 생각하는 가장 큰 '대의'로 보였다.
이씨는 통합 공항 이전 문제를 다루면서 견제 없이 독주하는 지역의 정치권력 문제를 인지한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씨가 찾는 새로운 대안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씨가 한국당 대신 대안으로 언급한 정당은 놀랍게도 중앙 정치권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는 대한애국당이다.
"전부 (자유한국당) 일색이에요. 저희가 아는 민주주의는 단체장이 인사권, 예산권 갖고 있으면, 의회가 정말 잘하는지 지켜보고 하는 건데, 이건 뭐 전부 한 통속이 되어 가지고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제가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요즘엔 대구 조원진 의원이 하는 애국당에 가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봤어요. 그렇다고 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아니고요."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면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탄핵된 대통령을 복권하라고 요구하는 원내 1석 대한애국당이 이씨에겐 더 큰 대안 세력으로 보인 셈이다. 이씨는 민주당은 아닌 이유를 "정서가 그렇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 씨는 "전국 득표율 1등(박근혜) 했는데, 아직도 향수라고 할까요. 민주당은 아직 안 내키고요"라고 거듭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씨와 대화가 끝난 후 조금 더 둘러본 산성면에선 관광객이나 공사 인부를 제외하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른 시간 때문이었는지,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도 텅 비었다.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도로 정비 공사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역전상회 주인은 "작년부터 공사하는데, 언제 끝나는지, 언기증(지겹다) 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길이 파헤쳐지고, 간간히 공사 차량이 도로를 지나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