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콘서트의 강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재미동포 신은미(53)씨가 지난해 12월 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강민수
경찰에 처음으로 출석하기로 한 2014년 12월 14일 오후 3시. 원래 경찰은 15일 월요일에 출석하길 원했지만, 이날 변호사는 다른 사건으로 재판정에 나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일요일로 날짜가 정해졌다. 주일이지만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 사이 텔레비전에서는 내가 소환에 불응해서 출국정지가 내려졌다는 뉴스가 나온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는 '질긴놈'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바로 변호사에게 전화해 이를 알렸고, 변호사는 '질긴놈'과 협의해 출석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소환 불응'이라니…(후일 경찰은 내가 '소환에 불응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12월 14일이 밝았다. 독자분들과 통일 토크콘서트 주최 측의 경호를 받으며 약속된 시각에 변호사와 함께 청와대 인근을 지나 광화문 쪽에 있는 경찰청으로 향한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어린 시절 매일 같이 지나던 길을 따라서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청와대와 붙어있는 궁정동에 살았다. 우리집 담 너머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나는 가끔 우리집에서 함께 살며 집안일을 도와주던 언니의 심부름으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담 넘어 군인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2014년 12월 5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제출하던 날. 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찰차를 타고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면서 내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궁정동집을 지나쳤다.
우리는 이 집을 '경무대집'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기거하는 곳을 청와대라 불렀지만, 우리 식구들은 그곳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이름이었던 경무대라 불렀다. 아마도 자유당 국회의원으로 경무대에 자주 출입하셨던 외할아버지가 사셨던 동네라서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경찰청으로 향하며 이 동네를 지나치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추억의 길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나가고 있다. 차 안에서 변호사님이 말을 꺼냈다.
"짧게 대답하고, 곤란하면 묵비권 행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