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씨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TV조선.
TV조선 갈무리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호텔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종편 채널에서 나에 대한 허위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2014년 11월 19일 조계사에서 진행된 '통일 토크콘서트' 자료화면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북콘서트'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조금 지나니 '북한을 지상낙원이라며 찬양 일색'이라는 내용의 자막으로 바뀐다. 엄마와 언니의 당혹스러운 메시지의 출처가 종편임을 알아차렸다. 전날 낮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런 방송이 나간 걸까.
내가 조계사에서 한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북한을 두고 '지상낙원'이라고 했다고? 나는 이 보도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정정보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오보'라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게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여러 방송이 동시에 오보를 낼 수가 있단 말인가.
이후 한 종편을 보니 여러 명의 패널이 사회자와 함께 거짓투성이 험담을 쏟아내고 있었다. 사납게 싸우는 듯, 시끄럽게 떠드는 저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 시선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패널들의 입모양에 머물러 있을 뿐 머릿속은 어수선해 내용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화면을 꽉 채우고 있는 내 모습이 남인 것 같다. 나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간애마저 마비 시킨 반공사상... 그건 허상입니다"넋이 나간 나는 어떻게 광주 통일 토크콘서트 준비를 마쳤는지도 모르게 부랴부랴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나와 남편을 번갈아가며 뚫어지게 쳐다본다.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날까봐 걱정될 정도다. 택시기사 아저씨도 텔레비전에서 나를 본 게 분명하다. 도착한 고속버스 터미널 텔레비전에서도 계속 내 얼굴이 나온다.
엄마와 언니의 메시지는 내 생각의 흐름을 마비시켜 버렸다. 그리고 가슴 속에는 처절한 아픔만이 남았다. 친정어머니와 언니에게 답장을 쓴다.
"어머니,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러나 곧 허위보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절대로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하며, 거짓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요. 저는 악의적으로 증오를 조장하는 자들을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해요. 가족마저도 서로 분열시키는 악한 무리들! 그들이야말로 사탄이요, 마귀들입니다. 북한 동포들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내가 본 그대로 알려주고,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인 통일을 이뤄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이야말로 하늘이 우리에게 바라고 소망하는 축복입니다.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한 것도 종북인지요. 만약 이것이 '종북'이라면 저는 기꺼이 '종북'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상·이념이 어머니와 제가 믿는 기독교의 최고 가치인 '사랑'보다도 더 높은 가치로 존재함이 무엇보다 가장 슬픕니다. 예전에는 증오하고 미운 마음에 북한을 향해 진심으로 사랑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기도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 형제 나라인 북한을, 비록 아직도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이 애정보다는 애증에 가까운 마음이지만, 그들의 진정한 이웃의 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옳다고 믿고 가는 길을 지켜봐주세요. 저도 어머니와 언니를 위해 기도할게요.몇몇 언론들이 저를 가지고 허위·왜곡보도하며 음해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짓이니까요. 진실은 밝혀질 테니까요. 그런데 저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가족애·인간애·기독교의 사랑마저도 세뇌에 가까운 반공 사상의 벽을 못 뚫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사상과 이념 따위의 허상에 스스로 갇혀버린 상황 말입니다. 어머니와 언니의 평강을 위해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전 걱정 마세요. 잘 이겨내겠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곧 밝혀질 것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습니다. 곧 다시 뵙게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