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중에도 광고탑 위로지난 2월 16일 LGU+·SKB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당 연대문화제에서 강세웅·장연의 씨가 우천 중에도 광고탑 위에 올라 연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노동당
- 고공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싸우는 이들도, 지켜보는 이들도 점점 힘이 들 텐데요. 농성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 특히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강 "그건 어디 주변 분들에게 말하고 올라올 수 없죠. 약간 욱하는 심정이 있었어요. 2월 5일에 3차 오체투지 행진이 있었는데 기자회견 때부터 경찰들이 기자회견장 자체를 못 가게 건널목부터 차단시켜 버렸어요. 이건 엄연히 경찰들이 불법을 저지른건데,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막아버렸어요. 심적으로 억울했고, 분했고…. 그리고나서 2월 6일 새벽에 올라온 거라 주변에서는 아무도 몰랐죠. 집에서 언제 내려오냐 물어보시긴 한데 다행히 집이 광주라 그런지 제가 광고탑에 올라가 있는지는 모르고 계세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모르셨으면 해요."
장 "저도 올라오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고요. 얘기할 부분이 아니라 혼자 결정을 한 거였고요. 올라오기 전 날 어머니한테는 '멀리 가니까 설 전에는 못 들어갈 것 같다'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다음 날 바로 아시고 전화를 하셨는데 센터장하고 소사장하고 집에 찾아와서 제가 광고탑에서 저러고 있으니 내려오라고 해달라며 선물을 가져오고 그랬대요. 말씀드려서 택배로 다시 돌려보냈고요. 어쨌든 그렇게 알게 되셨고 통화는 자주하는 편이에요. 그땐 걱정도 많이 하셨지만 이제 담담해 하세요. 당장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기다리시는 거죠. 건강하니 물으시고 상황을 인정하고 계시고 그렇죠. '이길 때까지 잘 있어라, 건강하게 있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 농성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또 가장 힘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장 "직접적으로 힘든 건 날씨가 추워지거나 해서 힘들고요. 처음에 올라와선 좀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 많았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낮이나 저녁에 여러 군데서 연대오시고, 그런 것들을 보면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드니까. 저희는 갇혀있지만 주변에서 같이해주는 걸 보면 힘이 나죠."
강 "답답한 게 가장 힘들어요.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갇혀 있으니까. 안에는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또 하나는 돌아가는 상황이 그래요. 너무 정부도 그렇고 경찰도 그렇고 법원도 그렇고 고용노동부도 그렇고, 너무 노동자들한테 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서 다른 사업장 노사분규 판결나는 거 봐도 너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만 당하는 그런 상황만 보이니까요. 그런 걸 볼 때 우리가 지금하는 총파업도 해결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 때 가장 힘들어요. 올라올 때는 기대를 안고 왔는데 이게 과연 기대대로 풀릴까 그런 생각하면 제일 힘들고.
힘날 때는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연대 오셔서 힘내라고 할 때죠. 여기 올라온 건 저희 문제 해결하려고 올라온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고 염려해주고 필요한 물품 같은 거 하나씩 지원해주고 그런 거 볼 때 '저게 같이 사는 거구나, 이렇게 도우면서 사는 거구나' 싶고 힘이 나죠."
-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장 "아…. 일단 목욕탕 가서 몸을 좀 담그고 싶고. 따뜻한 방에서 하루라도 자고 싶고. 그러고 나면 조카를 보러 가고 싶어요. 조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2월에 같이 놀러가기로 했는데 못 갔어요, 입학식도 못 가서 더 보고 싶고요. 고생한 조합원들, 못 보던 친구들 만나서 저녁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강 "처음 일주일은 목욕을 제일 하고 싶었는데요. 한 달 넘어가다 보니까 안 씻어도 적응이 되더라고요. (웃음) 지금은 조합원들하고 당구를 제일 치고 싶어요. 파업기간 때도 집회 끝나면 종종 저녁에 당구 한 게임 치고 술 한 잔하고 그랬었는데 그 시간이 제일 그리워요."
- 앞으로 이 문제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해나갈 예정인가요?강 "저희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거는 딱히 더 없는 것 같고요. 그 동안에 사측에 잘못했던 관행들 있잖아요. 고객동의 없이 고객정보 유출해서 이용했던 것들에 대해 고소·고발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지난 2월 26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불법행위를 검찰·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신고한 바 있다.) 이런 LG나 SK, 두 원청의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서 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불매운동 등으로 원청을 압박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요.
고객의 정보를 이용했단 건 소비자들의 권리까지 침해한 거잖아요. 소비자들도 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도 부당하게 피해본 사항이 있으면 그 피해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뭔가 더 할 수 있다면 고객들한테, 또 시민들한테 알리는 그런 활동에 집중할 거 같아요. 그래야 잘못된 관행도 바로 잡히고 저희들의 근로 환경도 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모두가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상의 사람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세요.강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어요. 왜 그들이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왜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가진 자만 계속 잘 살고 없는 사람은 계속 못 살게 되는 이런 사회구조가 바뀌어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은 사회로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발전은 관심을 가졌을 때만, 또 노력했을 때만 그렇게 나갈 수 있는 거니까."
장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해도 필요한 거 같아요. 엊그제 어디에다 댓글 달았더니 무작정 빨갱이다 뭐다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닌데…. 일단 서로 남의 얘기를 들어주며 이해하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을 가지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이해의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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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공농성... 집에선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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