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방영된 <무한도전> 297회 '무한상사'편에 출연한 지드래곤. 당시 신입 사원 면접 에피소드를 연출하면서 김태호 PD는 자신의 MBC 면접 당시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MBC
그런데 김태호, 한참을 돌아서야 MBC를 택한다. 방송을 꿈꾸는 사람이 <동아일보>에 지원했다는 것도 의외지만, 애써 최종 합격을 해놓고 외면했다는 것 또한 확실히 평범한 선택은 아니다. "어째 남의 옷 입은 느낌만 들어서", 김태호가 김혜리 기자에게 밝힌 변심 이유다.
"인턴 합격자 12명에 들었다고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는데 어째 남의 옷 입은 느낌만 들고 한숨만 나오는 거예요. '나 글 쓰는 건 싫은데…'싶고. 정장을 입고 오라는 지시도 마음에 걸렸어요. 결국 '내일 못 갈 거 같습니다'라고 전화했더니 '왜요?' 묻더라고요. '마음이… 안 내키네요'라고 대답했어요. (2009년 12월 22일, <씨네21> 인터뷰) 그리고 김태호는 전화를 끊고 울었다고 했다. 인생을 그르친 게 아닐까 두려워서. 만약 그가 두려움에 밀려 '정장'을 입었다면, 우리는 <동아일보> 김태호 기자를 보게 됐을지도 모른다. <동아일보> 김태호 기자라, 아, 생각만 해도, 흠흠...
SBS나 제일기획에 들어가지 못한 사연은 황당, 그 자체다. 김태호가 입사 원서를 마감일 자정까지 접수하는 줄 알고 친구랑 마냥~ 놀지 않았다면 SBS <무한도전>이 나올 수도 있었으리라. 재학증명서 하나 빠졌다고 '나를 설마 떨어뜨리랴'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 김태호의 명함에는 제일기획이라고 찍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두 열차 시간표를 착각해서 학과 동기들을 뛰게 한 '서울역 구보 사건'을 연상시키는 '허술함'들이다.
어쨌든 이 정도면, 보이지 않는 운명의 힘이 그를 MBC로 이끌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MBC와의 첫 만남 또한 그러했다. 노랑머리에, 피어싱 그리고 스니커즈를 신고 면접 현장에 나타난 김태호, 또 그런 '돌아이'를 덜컥 합격시킨 MBC 면접관. 모두 '대다나다(대단하다)'. 다음은 <무한도전>을 잉태시킨 그 날의 만남.
아니, 회의하고 있는데 갑자기 레게 머리가 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