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학창 시절, 김태호의 우상은 마이클 잭슨이었다. 200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이 사망하자, 그로부터 이틀 후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김태호는 프로그램 말미 '빌리 진' 공연 영상을 내보낸다. 방송 후 그는 "고마운 사람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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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술과 수학은 역시 상극인가? 주변을 보면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양쪽을 다 아우르는 천재도 있긴 하지만, 김태호도 그런 '천재과'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학이, 정말, 너무 싫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석을 한 번도 안 펴봤다고 할 정도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곧잘 했던 김태호의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성적은 반에서 41등. 2학년 올라가서는 친구들과 놀기 바빴단다. "짝사랑하던 누나가 수학을 싫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합리화를 했다"는 김태호의 회상이 재미있다.
그러다 더 큰 짝사랑을 가슴에 품게 된다. 상대는 마이클 잭슨. 그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수능시험 보자마자 미용실로 달려가 <데인저러스> 시절 마이클 잭슨 머리와 똑같이 해달라고 했을까. 그런데 하고 보니 옆집 아줌마 머리와 똑같았단다.
마이클 잭슨에 대한 애정은 <무한도전> PD 시절에도 잘 나타난다. 200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 사망. 그로부터 이틀 후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 2편 방영. 당시 김태호는 프로그램 끝에 '빌리 진' 공연 영상을 내보내 마이클 잭슨을 사랑했던 많은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감사 표시", "학창 시절 곳곳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 그때 김태호가 밝힌 이유였다. 그리고, 학창 시절 곳곳에 중요한 자리에 있었던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친구가... "갑자기 없어졌다""가장 친했던 친구가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했다. 쉬는 시간마다 빵을 먹으러 가자던 그 친구가 갑자기 없어졌다. 방황을 하다 수학 정석을 다시 잡게 되었고, 3학년 때 성적조작을 의심받을 정도로 성적이 올라 잊고 있던 PD의 꿈을 떠올렸다. 그 친구 덕이 컸다." (2011년 4월 5일, 아레나 5주년 A-Talks)마이클 잭슨을 함께 좋아하던 친구였다. '야자(야간자습)'를 함께 땡땡이 치던 친구였고, 함께 레코드점에 달려가 마이클 잭슨 DVD가 나왔는지 물어보던 친구였다. 그리고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마이클 잭슨 이야기를 나누던 그 친구가 "갑자기 없어졌다".
고3을 앞둔 겨울방학 때였다고 한다. "잭슨의 새 뮤직 비디오가 출시된 것도 못 보고 자살을 했어요. 대학 입학 뒤 마이클 잭슨의 <넘버 원>이 나왔을 때 친구가 걸어 들어간 강에 던져주고 왔어요", 김태호의 회상이 아프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자라 더더욱 그랬을 김태호가 받았을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방황의 결론이 왜 다시 공부였는지는 이제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혹시 인생의 유한함을 너무도 뼈저리게,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 또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에 대한 욕망이 커진 걸까. 그래서 일단, 대학 진학에 '올인'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일까. 물론 모두 가정일 뿐이다.
다만 확실한 점은 친구의 죽음이 김태호의 '무엇'을 깨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나라, 10대 청소년이 하루 한 명 꼴로 '갑자기 없어지는' 비극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런 나라여서 웃음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어쩌면 웃음의 조율사 김태호 PD와 시청자의 만남은 그래서 필연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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