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 400회 기념 기자 간담회
MBC
손가락질과 박수가 만들어내는 '트러블', 김태호 스스로도 <무한도전>을 트러블 메이커로 칭하기도 했다. 2014년 6월 한국PD 연합회가 주는 '이 달의 PD상'을 받는 자리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논란과 해명이 반복되는 트러블 메이커 <무한도전>"이라고 표현했다.
'트러블 메이킹', 그 중심에 김태호가 있다. <무한도전> 초창기 멤버였던 개그맨 이윤석은 JTBC <썰전>에서 "<무한도전>에만 있는 딱 한 가지를 만약 꼽으라면 김태호 PD"라며 "유재석씨, 박명수씨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기에, <무한도전>에만 있는 무언가는 김태호 PD다.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생각 또한 그러했다. 2011년 <시사인>이 설문조사를 통해 PD 224명에게 물었다. PD들이 꼽은 최고의 PD는 누구냐?, 이 질문에 절반이 넘는 PD들이 김태호를 꼽았다. 그 이유는 역시 새로움이었다. "고정된 출연진, 고정된 캐릭터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평론가 허지웅은 "김태호 PD가 스티브 잡스라면 나영석 PD는 빌 게이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김태호 PD를 스티브 잡스라고 한 것은 뭔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거고, 나영석 PD는 뭔가 좀 체계를 만들어서 그걸 잘 굴러가게 하려고 만든다는 점에서 빌 게이츠에 비유했다"고 했다.
김태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랬다. 어느 날, 이 기획 아이디어를 '복잡하게' 얘기했을 때, 나에게 돌아온 후배의 한마디는 아주 단순했다.
"그래요. 김태호, 그 사람 머릿속이 궁금하긴 해요".김태호의 삶과 교수님 창의론, 일치하네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포털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기사는 거의 모두 읽었고, 유튜브에 뜨는 김태호 영상을 모두 받아 적었다. 때로는 김태호가 어디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잠입'하기도 했다. 아주 뻔했던 단어가 아주 뻔하지 않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단어는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하여 냄, '창의'였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답이 풀리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말하는 창의적 인재 특성과 김태호 삶의 궤적은 놀랍게도 거의 일치했다.
그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참 깐깐한 사람이었다. '천재과'도 아닌 듯했다. 난독을 성실함이 만들어낸 상상으로 극복했으며, 상당수 창의적 인재들이 다닌다는 미술관 관람을 그도 역시 즐겼다. 경청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편 때로는 자신만의 직관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나아가 창의적 인재 대다수가 국가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론을 접하면, 자연스레 <무한도전> 달력이 떠올랐다. <무한도전>이 달력 판매 수익금 등을 통해 그동안 기부한 돈은 27억3577만 원에 이른다. 이게 '창조경제' 아닌가.
창의력은 배움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삶,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힘이란 것을 김태호는 보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김태호 이야기는 곧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남과 다를 권리에 인색한 우리 사회가 초래한 비극이, 김태호란 사람의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창의적인 삶, 그 출발점에는 친구의 죽음이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