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숍사다르바자르 남문 옆 오믈렛가게. 게란판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장사가 잘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삶은 계란 1접시에 20루피로 한화 400원이다.
송진숙
내가 형제냐고 물었더니 멋적게 웃으며 부자지간이란다. 그러면서 자기 아버지가 잘 생겨서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60이 넘었는데도. 오믈렛 만드는 아저씨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을 달라고 하더니 페이지를 넘겨서 자신의 얼굴과 가게가 나온 사진을 가리킨다.
'아저씨 국제적이구나' 그리고 한 가지 더. 방명록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배우 공유씨의 사인과 메모가 있었다. 딸은 얼른 폰을 꺼내서 찍는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린다. 일찍 자리에 앉았던 딸과 나는 서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긋하다.
어쨌든 우리는 마샬라 스페니시 오믈렛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저씨 요리를 지켜보았다. 가스레인지 앞에는 쇼트닝같은 고체기름병이 있고 향신료병 4개와 등산컵보다 조금 더 큰 스테인리스컵이 있다. 이 컵에 계란과 잘게 썬 야채를 섞어 잘 저은 다음 프라이팬에 펴서 익힌다. 식빵도 프라이팬에 같이 구운 다음 식빵 사이에 오믈렛을 끼워준다. 이것이 20루피에서 40루피 사이다. 가격도 착하다.
오믈렛을 만드는 손이 굉장히 빠르다. 프라이팬은 얼마나 오래 썼는지 계란물을 풀고 조금 있으면 탄다. 오믈렛이 나오면 옆에 있는 아들은 1회용 접시에 담아서 손님한테 준다. 한국같으면 탔다고 다시 해달래거나 한마디 하겠지만, 주는대로 받는다. 짜지도 않고 맛있었다. 향신료도 여행 초기처럼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서 치즈와 버터가 함께 들어간 오믈렛을 주문한 사람들은 짜다고 한마디씩 한다. 우린 탁월한 선택을 한 것에 뿌듯해했다.
또 다른 가스불에는 항아리처럼 생긴 그릇에 계란을 삶는다. 삶은 계란은 반씩 갈라서 위에다 소금과 양념을 뿌려주는데 인도인들은 많이 먹는 듯했다.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지 계란판이 사람키만큼 쌓여 있다. 프라이팬 하나로 대박난 아저씨. 다음에 인도에 올 기회가 생기면 프라이팬 하나 선물해 주고 타지 않은 오믈렛을 먹고 싶다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