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꼬마들인도사람들은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카메라만 보이면 찍어달라고 한다. 역에 잠깐 서는 동안 아이들이 생강이나 과일들을 몇봉지씩 들고 다니며 사라고 한다. 카메라를 꺼냈더니 포즈를 취하며 찍어달랜다.
송진숙
여러가지가 겹친 상태에서 오는 피로감인듯 했다. 딸이 아픈 동안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짐도 더 메고 다니고 아픈 거 보살피기도 하면서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었나보다. 여행을 끝까지 잘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는 긴장감때문에 아플 틈이 없었는데, 딸이 다 나은 듯하자 긴장이 풀어진 것 같다. 결정적으로 기차 타는 시간도 12시간으로 생각했던 것이 21시간으로 늘어나자 기운이 빠졌던 것이다. 오로지 회복에만 신경을 쓰며 몸의 신호를 읽고 가능한한 땀을 내려 애썼다. 다행히 새벽녘에는 몸이 좀 가벼워져 있었다.
새벽 5시쯤 되었을까 다 왔다고 깨운다. 자다 깨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 허겁지겁 내렸다. 내리긴 했는데 뭔가 아니다. 역이 너무 작다. 내린 사람도 적은데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주변 사람을 붙잡고 우다이뿌르 시티가 맞냐고 물었다. 좀 더 가야 한단다. 헐!
그런데 기차가 움직인다. 큰일이다. 일단 타야 했다. 무거운 배낭, 카메라가 든 작은 배낭, 소소한 짐들까지 메고, 떠나는 기차에 오르려니 안 된다. 기차 계단이 너무 높다.
"엄마 못 올라가겠어. 일단 네가 먼저 올라가.""엄마는?""따라서 올라갈게."
내가 물러나고 딸더러 먼저 오르라 했더니 가볍게 오른다. 속도는 좀 더 빨라진다. 일단 배낭을 벗어 기차 안으로 던졌다. 그리고 출구 옆 손잡이를 잡고 한 발을 계단에 올렸다. 죽기 살기로 올랐다.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스친다. 나만 못 타고 떨어지게 되면? 오르다 계단에 정강이를 부딪쳤다. 탔다. 성공이다.
30분 더 가서 내렸다. 우다이뿌르 시티가 종점이었다. 아까 겪은 트라우마때문에 내려서도 자리를 못떴다. 다시 기차에 올라가서 현지인한테, 외국인한테, 한국인 여행객에게 물었다. 여러 번의 확인 끝에 자리를 떴다. 역을 나와서 한국인 젊은이 둘을 만나 릭샤를 같이 탔다.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한군데 들어갔는데 정말 호텔이라 부를 만큼 깨끗했지만 좀 비싸기도 했고 주변 소음이 많았다. 550루피 이하로는 절대 안 깎아준다. 다른 곳을 더 알아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평이 제일 좋은 곳으로 갔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가정집처럼 깨끗하고 관리를 잘하고 분위기가 좋단다.
문이 잠겨 있다. 이상한데. 게스트하우스는 24시간 문이 열려 있는데. 두드렸다. 아무 기척도 없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기다려 보는데 옆 집에서 남자가 나온다. 상황을 얘기했더니 문을 두드려보란다. 괜찮다고. 그의 말대로 열심히 두드렸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리리라' 정신으로. 한참 있더니 누군가 나와서 열어준다.
딸인 듯 했다. 방이 하나밖에 없다며 150루피(한화 약 3000원)란다. 그 자리에서 승낙을 했다. 체크인은 아버지가 일어나면 하라고 했다. 8시 반쯤이면 될 거라고. 방에 들어간 순간! 마당과 방이 문 하나 차이다. 방이 아니다. 외양간 같은데다 싱글침대 2개만 들여놓는 꼴이다. 문 아래로 바람이 술술 들어오게 생겼다. 창문도 없다. 세면장도 공동이다. 뜨거운 물도 2층에서 받아서 1층으로 들고 내려와야 했다. 흠! 허긴 150루피에 뭘 더 바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