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데오 사원서부사원군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 사원군의 두란데오 사원-자인교 사원으로 조각이 단순하고 남녀의 성애상도 거의 없다.
송진숙
남부사원군은 숙소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서 인적이 더 드물었다. 자인교 사원이라는 두란데오 사원에 들어갔다. 옆에 개울이 흐르고 현지인들이 빨래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외국인들이 별로 없어 오래 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 얼른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세워놓고 사원에 들어갔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카주라호로 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 옆에 자리했던 일본인이었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
"몸은 괜찮아졌어요? 같은 기차 탔는데 기억나요? 아파서 자느라고 기억이 안 날 거예요.""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괜찮아졌어요."딸에게 말했다.
"네가 회복됐다고 타임지에 실어야 하는 것 아니니? 기차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도 걱정돼서 약을 주고, 옆에 앉은 일본인도 걱정해주고, K도 Y도(둘 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사람) 카카오톡(이하 카톡)으로 너 걱정해 주잖아." 우린 웃었다. 여행은 이런 거구나! 같이 고생하고, 같은 추억을 갖고, 잠깐 본 사이인데도 걱정해 주는 마음. 객지에서 이런 마음을 본다는 게 참 고마웠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서울에서 같이 떠난 친군데 코스가 달라서 만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우연히 카주라호에 있다는 카톡을 봤다. 길거리에서 만났다. 반가워 저녁을 같이 하고 맥주도 한 잔했다. 여행이란 이런 우연도 있구나!
카주라호에 오길 잘했다. 누구는 엽기적인 사원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사람들이 껄떡대는 곳이라고도 했지만 난 좋았다. 친구를 만났고, 딸의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고, 섬세한 조각과 인도인의 신앙심에 '힐링'이 되었다. 남들은 바라나시를 '힐링'의 도시라고 하지만, 내게는 카주라호가 '힐링'의 도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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