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차인도에 와서 생강차를 마실 줄이야. 뜨겁고 좋았다. 몸 회복에 좋을 것 같아 사가려 했는데 시간을 못맞춰 못샀다. 위에 고수 잎까지 띄워 나름 우아하게 내온다. 인도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하얀 도자기컵은 보기 힘들고 인도에서는 유리컵이나 1회용 플라스틱컵을 많이 쓴다. 뜨거워서 컵홀더에 담아서 내온 모습.
송진숙
K는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사갔는데 어머님이 좋아하시고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낙타 사파리할 때 최고라고 했다. 인도 물건 중 유일하게 잘 쓰는 품목이라고 했다. 구미가 당기긴 했으나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고 P는 예쁜 핑크색으로 샀다.
숙소 주변에 생강차 집이 있다기에 갔더니 뜨겁고 맛있다. 의외였다. 인도에 생강찻집이 있다니. 아픈 사람들한테 갖다 주고 싶은데 여긴 테이크 아웃이란 게 없다. 보온병이 숙소에 있는데…. K와는 저녁을 먹을겸 7시에 K의 숙소옆 로빈(옷도 팔고 환전도 해주는)네 가게에서 7시에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헤어졌다. 숙소에 돌아왔는데 두 사람의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딸애는 더 나빠졌다. 옆에 있어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P와 나보고만 나가서 저녁을 먹으란다.
난감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안 아파야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그러마 했다. 생강차도 사온다고 물병을 가지고 나갔다. 저녁은 덴스카페라는 곳인데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김치볶음밥을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70루피였다. 한국인이 하는 식당은 대부분 140루피 이상인데 이럴 수가! 이 집의 단점은 오후가 돼야 영업을 하고 재료 떨어지면 시간에 상관없이 문닫아버린다고했다. 우리끼리만 구경하고 맛집 가고 하는 것이 아픈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부담이 된다고 했더니 K는 아니라고 했다.
"자기 관리 잘해서 건강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억울하면 아프지 말던가."정답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K의 맛집 얘기, 여행정보,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얘기 등에 빠져 있다가 생강찻집을 봤더니 이미 문을 닫았다. 9시면 닫는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K는 철수씨 집으로 우릴 데리고 갔다. 계단은 높았고 깜깜했다. 전기가 나간 모양이라고 했다. 인도는 전기 사정과 물 사정이 안 좋다고 한다. 정전되는 일은 흔한 모양이다. K는 철수씨한테 레몬짜이를 끓여달라고 했다.
깜깜해서 누가 누군지 분간도 안되고 촛불밝혔는데도 어둡다. 철수씨 부인은 파파야를 깎아서 대접해준다. 아이들한테 주는데도 안 먹는다. K의 말에 의하면 인도에서는 가부장제가 강하고 아이들의 예의도 깎듯하다고 했다. 손님이 왔는데 치대지도 않고 음식 먹을 때 달려들지도 않고. 식사하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단 것도 안 먹인다고 했다.
K와 P 나 셋이서 파파야 먹고 얘기하는 동안 레몬짜이가 다 돼서 보온병에 담아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내내 기운 못 차리고 있었다. 레몬짜이 1컵씩을 주었다. 따뜻하니까 마시면 속이 나아질 거라고. 보온병이 워낙 작아서 작은 컵으로 한컵씩 주고 나니까 남는 게 별반 없었다. 다시 반 컵씩을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침에는 말짱하게 나아져 있기를 기도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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