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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지난 11월 21일 <오마이뉴스>에 올린 희수 관련 기사.
ⓒ 윤태
지난 달 중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우리 손자에게는 이 휠체어가 꼭 필요해요'라는 기사였고,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희수(5) 가족이 고가의 특수맞춤형 수동 휠체어 가격을 마련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그 기사를 쓰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제보를 받았지만 거리상 현장 취재는 하지 못하고, 전화로 지난달 15일 기사를 써 올렸는데,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기사인 만큼 독자들이 어느 정도 호응하느냐에 따라 휠체어 가격을 마련할 수도 있는 기사였습니다만, 제 기사에는 희수네 집 상황을 검증할 만한 내용이 없던 탓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희수네를 도와줘야겠다는 제 마음은 실망으로 채워져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희수네를 방문해 현장 취재하기로 하고 생나무 기사 삭제 요청을 했습니다. 다음날 퇴근 후 버스와 지하철, 택시까지 이용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희수네 집을 찾았고 눈물 나는 사연과 함께 사진을 찍어 17일 오후 기사를 다시 올렸습니다.

그러나 17일에 올린 기사는 닷새만인 21일이 돼서야 기사로 채택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기사는 많고, 좋은 기사 원고료 등의 방법으로 도와주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나갔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4명의 독자가 원고료를 올려 줬고 서너 분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쪽지를 통해 희수네 집 연락처를 물어왔습니다. 중간에 민간구호단체인 한국 월드비전에서 희수네 집을 공식 후원하려고 추진했지만 어렵게 됐다는 말을 사회 복지사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그 기사가 사는이야기 섹션의 '함께 사는 세상' 코너에 며칠 동안 머물러 있는 동안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방송사 휴먼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와 희수네 집을 다시 취재해 도움을 주면 좋으련만, 어쩐 일인지 방송사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오마이 블로그에 기사 후기로 올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그 기사는 '함께 사는 세상' 코너에서도 내려와 깊디 깊은 잉걸 기사의 목록 속에 묻혀 버렸고, 도와주고 싶었던 제 마음은 아쉬움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밥풀떼기' 김정식 씨 홈페이지에 도움을 바라는 그의 멘트와 함께 제 기사가 올려져 있습니다.
ⓒ 김정식 홈페이지
그러던 지난 1일 저녁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 사랑의 소리 방송에서 '김정식의 밤의 대통령'이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박인규 피디로부터 쪽지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장애인 관련 방송을 하고 있는 사랑의 소리 방송에서 희수네 집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모색해보자는 것입니다.

한 번도 청취한 적은 없지만 '사랑의 소리' 방송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방송을 통해 어떤 방식이든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늦은 밤, 저는 80년대 개그계를 풍미했던 '밥풀떼기' 김정식씨가 진행하는 '김정식의 밤의 대통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희수네 집 사정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김정식씨는 희수네 기사를 보고 울었다며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안 되면 자신이 복지부장관을 직접 만나 휠체어 가격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유치원) 아이들을 풀어서라도 희수네 집을 돕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김정식씨는 박인규 피디와 함께 방송을 통해 휠체어 비용 마련 차원에서 십수 만원의 성금을 바로 현장에서 내기로 청취자들과 약속했고, 제 기사를 자신의 홈페이지를 비롯해 이곳저곳에 옮겨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기로 약속했습니다. 또한 그는 저를 '밤의 대통령' 명예기자로 위촉할 것을 제안했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취재해 더불어 사는 세상 구현을 꿈꾸자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김정식씨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어느 날 홀연히 방송계를 떠나 '사랑의 소리' 방송 등을 통해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고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서 방역활동 등 봉사활동을 펼쳤던 개그맨 김정식.

보여주기 위한 방송사 카메라와는 전혀 상관없이 봉사활동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밥풀떼기 천사' 김정식씨가 있어 희수네 집의 걱정이 덜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지진해일 쓰나미 피해 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봉사 방역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식 씨.
ⓒ 김정식 홈페이지

▲ 자원봉사중인 김정식 씨.
ⓒ 김정식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빌어 '밥풀떼기 천사' 김정식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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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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