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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이었다. 내 기억 속에는 개그맨 '밥풀떼기'로 기억되어 있는 김정식씨. 지난 번 휠체어가 필요한 희수에게 사랑의 휠체어를 마련해 줬다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이제는 개그맨이 아닌 장애인 인터넷방송인 '사랑의 소리' 방송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식씨가 군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온 것이었다.

나에게 김정식씨가 온다는 것을 알려 준 것은 '우리 손자한테는 이 휠체어가 꼭 필요해요' 기사를 통해 김정식씨와 함께 희수 휠체어 마련에 도움을 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윤태씨였다. 윤 기자가 아니었으면 나는 김정식씨가 할아버지와 광민이를 만나러 온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솔직히 만나기 전에는 연예인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 김정식씨는 광민이 무료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광민이를 본 김정식씨는 곧바로 서울 서초 큰사랑 병원 최태석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광민이 치료를 의뢰했고 최 원장은 치료를 약속했다.
ⓒ 장희용
지난 21일 오후 2시경 할아버지와 광민이를 직접 보고, 그 분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무엇인가 도울 길이 있으면 돕고 싶어 왔다는 김정식씨를 만났다. 솔직히 만나기 전에는 다소 떨렸다. 김정식씨는 아직 내 기억 속에는 사람들을 웃고 울리던 인기 개그맨 '밥풀떼기'로 남아 있는, 그래서 연예인을 직접 본다는 떨림이었다.

하지만 지난 번 '희수' 이야기 기사에서처럼 김정식씨는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니었다. 윤 기자는 김정식씨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더 이상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철저히 장애인,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그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좀 식상하긴 하지만, '사람의 탈을 쓴 천사'라고' 표현했다.

나 또한 기사를 읽는 분들은 식상할지 몰라도 달리 그를 표현할 길이 없으니 윤 기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김정식씨를 '사람의 탈을 쓴 천사'라고 부르고 싶다.

악수를 하고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는 동안 서울에서 이곳까지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직접 내려 온 그 성의 하나만 보더라도, 그저 말에 그치는 봉사나 나눔의 사랑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실천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그를 '천사'라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 천사였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자포자기 하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돈이 없이 치료를 못 받는 할아버지의 손자 광민이에게, 그 광민이를 애처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광민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중풍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할머니에게 그 날 찾아온 김정식씨는 분명 천사였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마련하겠습니다"... 김정식씨 3천만원 지원 약속

▲ "제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돈을 마련하겠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 장희용
그는 인사를 하고는 '힘내세요, 기운 내세요'라는 의례적인 말 대신 '가장 어렵고 급한 것이 무엇이냐?'고부터 물었다. 김용석씨가 '집'이라고 하면서, 지난 번 화재가 난 집 근처에 소작하던 땅이 있는데 땅 주인이, 집을 짓겠다면 땅을 조금 싼 값으로 준다고 했다면서 농사도 지어야 하니 그곳에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데 상황이 이러니 그저 애만 탄다고 했다.

사실 이곳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군산나운복지관 측에서도 집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은 집을 짓기 위한 토지 구입이었다. 토지만 있으면 한국복지재단이나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등에서 집을 짓는데 필요한 비용을 후원해 주거나, 직접 집을 지어줄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가 없어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김정식씨는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김정식씨는 그 자리에서 집을 짓는 데 필요한 토지구입비로 3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3천만 원! 함께 간 나운복지관 지역사회보호팀 선진숙 팀장과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엄청난 금액을 선뜻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하니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김정식씨는 "지금 얼마의 후원금이 있는데,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앵벌이라도 해서 꼭 돈을 마련해 주겠다"면서 조만간 후원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선 팀장은 가장 어렵고도 높은 산을 넘었다면서, 지난 번 한국복지재단측과 집 문제를 가지고 논의했을 때 토지만 마련되면 집을 짓는데 필요한 후원금으로 2천만 원 정도 지원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면서, 나운복지관측에서 한국복지재단과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측과 상의해서 꼭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집 문제가 해결 방향으로 돌아서는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는 그야말로 감동과 기쁨의 표정이 역력했다.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런 걸 두고 '감동의 눈물'이라고 하나 보다.

말을 듣고 있던 김용석씨와 필리핀 엄마인 코밀랑씨는 김정식씨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맙다고 했다. 코밀랑씨는 감췄던 눈물을 훔치며 "하나님의 뜻으로 이렇게 천사를 만나게 됐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정식씨도 지금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 '아름다운 김정식'. 돈을 지원하겠다고 해서가 결코 아니다. 그는 예전의 개그맨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 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 장희용
김정식씨가 떠나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김정식씨가 고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단체인 '여울돌'의 전북운영위원회에서 일하는 김정훈씨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다.

자신조차 못 알아보는 치매에 걸리신 81살 노모가 기적적으로 호전되었다가 다시 악화돼 이제는 남은 생애를 사는 데 있어 희망적이지 않다는 상황과, 김정식씨 또한 지금 몹시 아프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그는 심장이 안 좋다고 한다. 김정식씨는 지난해 7월 현재 방송 중인 '사랑의 소리' 사무실에서 쓰러진 적이 있는데, 다행히 경비원에게 발견돼 생명은 건졌지만 여전히 심장이 안 좋은 상태라고 한다.

쓰러질 당시에 김정식씨는 치매에 걸린 노모의 병간호 때문에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 '사랑의 소리'(www.voc.or.kr) 본부장직과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조차 없어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매우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눈가에는 멍 비슷한 짙은 피부색까지 띠고 있어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무슨 심각한 병을 앓고 있지 않나 생각돼, 어디 아프냐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건강이 매우 안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전혀 생각을 못 했던 거였지만, 기사 마지막에 '아름다운 김정식'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식씨가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하면서 '꼭 도와줘야 합니다"를 계속해서 말하는 이 사진을 꼭 싣고 싶었다.

돈을 지원하겠다고 해서가 아니다. 어머니 건강이 위태롭고, 자기 건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이곳까지 내려와 라면 한 박스를 내밀며 미안해 하고,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는 거액을 지원하면서도 가다가 우동 한 그릇 사 먹으면 된다면서,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는 손길을 뿌리치고 서둘러 차를 몰고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의 향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모자라면 자기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앵벌이라도 해서 꼭 돈을 마련하겠다는 말 속에서 사람만이 희망이고,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 그 말이 김정식씨와 무척이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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