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거금(?)을 제 대신 기탁해 주신 이모 기자님께 달려갈 '물건' 입니다.
ⓒ 양지혜
조금 전 택배 아저씨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물건을 들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제 그 물건은 나의 마음이 담긴 채 동료인 이모 시민기자에게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단 한 번 대면을 한 일도 없고, 전화 상면조차 없었던 '시민기자'끼리 택배와 뒷돈이(?) 오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거기에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라는 관계가 아니면 생길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서 팔자에도 없는 '기자님'라는 호칭을 듣게 된 것이 한 달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겸연쩍음에 못들은 척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자꾸 듣다보니 그저 덤덤해지더군요.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사를 읽기만 하던 수동적 위치에서 갑자기 '시민기자'라는 것을 해 보겠다는 기특한지 무모한지 모를 선택을 하면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픈 희수의 모습입니다.
ⓒ 윤태
하지만, '무엇을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기사를 쓰는 것도 그렇고, 기사를 올리는 것조차 서투니 그 답답함과 황망스러움이 오죽 했겠습니까. 그런 무지를 벗어나기 위해 궁리를 하다 선택한 것이 <오마이블로그>에 또아리를 트는 것이었습니다. 질이 별로다 보니 양을 늘려서라도 그 궁색하고 부실한 글 솜씨를 나아지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 노릇'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던 중에 '기자 노릇'의 기쁨과 흥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아주 심각한(?) 일이 발생 했습니다. 바로 윤태 기자가 쓴 '희수의 휠체어'에 관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 희수에 관한 기사를 안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외면했고, 늘 <오마이뉴스>에 올려지는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두 번째 기사를 보는 순간 생각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민기자가 저렇게 무거운 짐을 질 수도 있구나라는 두려움과 달달하고 가벼운(?) <사는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남으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때마침 찾아 온 감기 기운과 합세해 그 부담감은 온 몸과 마음을 흔들어대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 '희수의 휠체어' 기사는 내 마음을 무겁고 안타까운 감동으로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 '앵벌이'용 목도리 입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도리가 될 것입니다.
ⓒ 양지혜
제일 먼저 당사자인 어린 희수에게 미안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지만 딱히 내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오마이블로그>에 글을 올려 그 기사를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남편이 경품으로 받았던 목도리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물론 그 금액은 희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하는 것이었지요. 글을 올리자 그 글을 보고 선뜻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 분 또한 '시민기자'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감사와 감동으로 채워주었던 그 시민기자님께 목도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 악필을 과감히 공개하면서 쓰긴 했지만 부끄러운 편지 입니다.
ⓒ 양지혜
그 준비를 하느라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택배를 보내려니 포장을 한다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오가는 물건이 아니라 더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의 감사와 감동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까 요모조모 궁리를 했지만 마음만 바쁘고, 무엇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짧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기로 했고, 오랜만에 펜으로 글을 썼습니다. 어설프고 조금은 쑥스러운 마음이지만 내가 전하고픈 마음은 담았다고 생각하며 목도리와 편지를 넣으려던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희수와 동갑내기인 우리 아들이 작년 아파트 풀밭에서 찾아 내게 준 네잎클로버가 있었고, 그 행운을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잎클로버를 편지 속에 함께 넣었습니다. 노란 봉투에 오렌지색 편지지와 잘 말린 네잎클로버를 넣었으니 내 마음은 택배를 받을 그 따뜻한 손길의 '시민기자'분께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아프고 힘겨운 희수에게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의 선물이 주어지길.
ⓒ 양지혜
이제부터는 어린 희수의 삶을 지탱해 줄 휠체어를 구입하는 데 빌린 돈을 하루빨리 되갚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마 희수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휠체어에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희수의 휠체어를 위한 여러 사람들의 사랑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듯 합니다. 이 겨울 어린 희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아픔과 가난을 조금은 나눠질 수 있는 마음은 없을까요?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