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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텔레비전 전송 방식을 놓고 현재 정보통신부와 방송단체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DTV 논의는 양 극단, 즉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 없는 피상적 주장이나 지나친 지엽적 기술 논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반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막고 있습니다. 이에 DTV 논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을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필자 주>

DTV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일반 시청자들의 이해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이 연재 기사 첫회에서는 우선 DTV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디지털 방송은 무엇인가

디지털 방송은 방송국에서 무선으로 디지털 신호를 보내고 이를 가정의 수신장치(셋톱박스)가 수신하여 디지털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화면표시장치(디지털TV)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2. 현행 아날로그 방송보다 무엇이 좋아지나

아날로그 방송은 신호에 노이즈가 섞일 경우 화면이 지직거리거나 서로 섞이는 현상이 일어나지만 디지털 방송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화면의 선명도도 높고 색감도 더 풍부하며 소리도 홈시어터처럼 입체음향을 지원합니다. 더불어 각종 정보를 화면에 덧붙여 보낼 수 있습니다.

3. 위성 디지털 방송과는 무엇이 다른가

스카이라이프는 위성으로 디지털 신호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공중파 디지털 방송과 상호 호환시청되지 않습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 방송의 특성은 동일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4. 디지털 방송을 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앞에서 밝혔듯이 수신장치와 디지털 TV가 필요합니다. 아날로그 TV는 보통 이 수신부를 내장하고 있는 반면에 디지털 TV는 수신장치가 크고 복잡하여 가격이 높기 때문에 분리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날로그 TV처럼 내장하고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5. 디지털 TV만 사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나

수신장치 내장형 디지털TV를 사셨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중 디지털 TV의 90%가 넘는 분리형 디지털 TV는 다릅니다. 수신장치를 별도 구매하지 않으면 아날로그 방송과 동일한 화면을 보게 됩니다.

6. 수신장치가 없어도 방송화면에 HD라고 표시되면 디지털 방송 아닌가

방송국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송출, 즉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나 수신장치 없으면 수신할 수 없습니다. 수신장치를 연결하시면 전혀 다른 수준의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 SD와 HD의 화면비율 및 선명도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사진. 위가 HD, 아래가 SD이다
ⓒ Bryan
7. HD, SD는 무슨 말인가

HD는 고화질(High Definition)의 약자로 현행 TV의 약 4배의 선명도를 갖습니다. 더불어 표현할 수 있는 색채가 훨씬 많고 기본적으로 16(가로):9(세로)의 와이드 화면으로 방송됩니다. 즉 현행TV보다 좌우 25% 더 넓은, 영화관에서 보는 와이드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디지털 화면규격 표준입니다.

SD는 표준화질(Standard Definition)의 약자로 현행 TV보다 약 33% 향상된 선명도를 갖습니다. 현행 방송과 마찬가지로 4(가로):3(세로)의 화면비로 방송됩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와 대만, 싱가포르 등이 채택하고 있는 디지털 화면규격 표준입니다.

8. HD와 SD는 대화면에서만 구분이 가능한가

아닙니다. 이론상 화질차이가 3배에 이르는데다 표현되는 색채감이 다르기 때문에 29인치 화면에서도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사진을 참조하세요.

9. SD는 지금 TV가격정도면 되고 HD는 1000만원이 든다는데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SD급 분리형 벽걸이TV 중 가장 비싼 것은 1000만원 선이고 HD급 분리형 29인치 브라운관 TV는 최저가 63만원이니까요.(2004년 2월 12일 현재). 같은 29인치 브라운관 TV를 비교한다면 SD급과 HD급의 가격 차이는 5만원 내외입니다. 수신장치의 경우 한국은 SD급 수신장치가 없으므로 비교는 어려우나 30만원대부터 있는 HD급 수신장치와의 가격차이는 10만원 내외일 것입니다. 결국 동급TV로 비교시 15만원 정도 차이가 나겠군요.

10. 이동수신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이동 중에 이동용 수신장치와 디지털 TV를 이용해서 디지털 화면을 보시는 것입니다. 다만 이동용 수신장치, 전원장치, 일반 가정용 안테나가 아닌 다이버시티 안테나라는 특수 안테나가 필요한 것이 가정에서의 수신과 다릅니다.

11. 그럼 휴대 전화로도 볼 수 있나

아닙니다. 이동용 수신장치는 매우 크며 전원을 상당히 많이 소모합니다. 안테나 역시 휴대 전화 안테나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현재로는 이러한 전원, 안테나, 수신장치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자동차에 내장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유럽식과 미국식 모두 휴대 전화 등 휴대용 수신을 위해서 DMB(미국식), DVB-H(유럽식)라고 불리는 별도의 표준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식과 유럽식 양측이 2003년 해외DTV방송실태 공동 조사후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양 방식이 합의한 보고서이므로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고 하겠습니다.

DVB-T(유럽식)를 채택한 방송사들은 2003년 6월부터 시판된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이용할 경우 차량이동수신은 가능하나 휴대이동수신은 전력소모문제 등으로 DVB-H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힘.

▲ 고정식, 이동식, 휴대식 전송방식표
ⓒ 신승렬
12. 유럽식은 SD이고 미국식은 HD인가

아닙니다. SD나 HD는 화면표준이고 유럽식(DVB-T), 미국식(8-VSB)이라는 것은 송출방식입니다. 둘은 상관이 없습니다. 유럽식이건, 미국식이건 HD와 SD중 선택해서 방송하면 됩니다. 다만 미국식 채택 국가는 예외없이 HD를 선택하고 있으며 유럽식 국가는 호주를 제외하고 모두 SD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HD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체 개발한 독자방식으로 HD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13. 그렇다면 SD를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나. SD의 장점은 무엇인가

SD는 화면의 선명도가 낮기 때문에 여러 화면을 동시에 보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볼 때 고해상도 동영상보다 저해상도 동영상이 용량이 작죠? 마찬가지로 남는 전송대역을 이용해서 HD 1개 채널을 보낼 때 SD는 4개 채널을 동시에 방송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방송국 측에서 보면 일단 SD는 제작비가 덜 듭니다. HD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도 HD 전용 카메라를 사용해야 하며 화면이 선명하기 때문에 세트 제작이나 분장, 의상 등에 더 많은 공이 들어가야 합니다. 즉 HD는 SD에 비해 제작기간과 비용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14. 그럼 미국식과 유럽식의 차이 및 장단점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양 방식 지지자들의 관점이 갈립니다. 한 가지는 확실한 반면 두 가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① 미국식 고정수신 송출방식으로는 이동수신이 되지 않는다. 유럽식은 가능하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위의 표를 다시 참고하세요.
② 미국식은 지형지물에 의해 수신이 안 될 수 있으나 유럽식은 수신율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식의 수신장치가 발전함에 따라 수신율 차이는 미미하며 현재 한국에서 HD수신에 실패한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다시 공동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미국식의 경우) 수신기 기술발전에 따라 수신성능이 개선되었으며 CRC는 상용 유럽식 수신기와 FPGA 형태의 미국식 수신기로 실험실 테스트한 결과 유럽식 방식과 동등한 수준까지 향상되었다고 밝힘

③ 유럽식은 이동수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HD를 포기하고 SD를 해야 한다.
-실제로 유일하게 유럽식 HD방송을 채택한 호주의 경우 타 유럽식 채택 국가들과 달리 이동수신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최근 기술발전으로 HD방송을 하면서 이를 이동 중 수신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역시 공동조사 보고서입니다.

영국(DTI, BBC), 호주(SBS) 등의 방송사는 기술적으로 HD와 이동수신의 양립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였으나 독일의 T-시스템스는 HD 이동수신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
호주에서 이동 수신 실측 결과 HD 이동수신의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실제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실성 및 필요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


다음 연재기사에서는 미국식과 유럽식 양측의 대표적인 주장에는 어떠한 논리들이 내재되어 있는가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중 한 분인 홍성욱 토론토대 교수님이 이야기하시는 '잡종'이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홍성욱님의 '하이브리드', 혹은 '잡종'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이들로,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영역의 주변부에서 그 접점을 모색하는 탐험가들을 의미합니다. 

제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후에는 영화 및 미디어 관련 기업에 들어갔다가 이후 정보정책, 정보체계론을 공부해서 고시학원에서 정보체계론 강사로 활동한 이력을 보면 약간은 자격이 있지않나 싶습니다. 

저는 새로운 미디어나 컨텐츠, 트랜드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공계의 기술적 관점과 사회과학의 사회적 관점을 포용하는 글을 쓴다고 스스로 자부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100% 제가 작성한 글이나, 기초자료등에 대해서는 케벤 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여러분들, 특히 최지필님의 자료에 크게 빚지고 있음을 밝혀드립니다.

* 케벤 커뮤니티 주소
http://www.keben.net/talk/;jsessionid=HDEBNNLDNDGJ?bc=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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