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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연세대에 설치된 노상 감옥 앞에서 한총련 수배자 어머니들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사실상 한총련 합법화...'자동수배' 폐지 조치 높이 평가"
[분석] 이번 검찰 조치 발표의 평가와 의미 - 김지은 기자


검찰의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에 대한 한총련 안팎의 표정은 '대체로 만족'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이 "제11기 한총련에 대해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수배조치 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그간 한총련과 시민단체들은 매해 새로운 기수가 이어지는 데도 이적단체로 규정,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수배'하는 상황에 강한 이의를 제기해왔다.

그런데 검찰이 이번 발표를 통해 "제11기 한총련도 강령이나 총노선을 볼 때 이적성을 벗지 못했다"면서도 "핵심 주동자 및 과거 폭력행위 관여자는 혐의 확인 시 엄청 처리하겠으나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수배조치 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이를 '사실상의 한총련 합법화'로 분석했다.

이번 검찰 발표에 대해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은 "핵심 간부에 대해서도 무조건 구속을 전제로 한 조사가 아닌 이적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소환이라고 하니 상당히 진전된 조치"라며 "제11기 한총련의 사실상 합법화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영업(28·7년 수배, 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 수배해제 모임 대표도 "7년 동안 수배생활을 해온 이유는 매년 4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자동 수배되는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인 상황이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며 "이번 검찰의 발표는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최병모 회장도 "잘 한 일이다. 너무 늦었다. 벌써 해결됐어야 할 일을 7년이나 끌었다"며 "이제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제11기 한총련을 여전히 이적단체로 보고 있으며 150여명에 달하는 수배자 중 일부만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힌 것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권오헌 회장은 "공안 검찰은 한총련 수배자를 간부와 대의원의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며 "한총련은 사실상 이적행위를 한 일이 없으니 이런 구분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가협·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25일) 중으로 공동 입장을 정리, 검찰의 발표에 대한 성명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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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25일 오전 11시20분>

'이적' 한총련 사실상 '수배해제'
검찰, 수배자 152명 중 79명 불구속 수사 결정


검찰은 한총련 중앙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내사중이거나 지명수배중인 152명 가운데 79명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 공안부(이기배 검사장)는 25일 오전 11시 대검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발표했다.

안창호 공안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급 한총련 대의원들인 79명에 대해 조사 후에 수배를 해제할 방침"이라면서 "한총련 중앙 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윤모(27), 김모(27)씨에 대해 석방하고,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총련 의장단과 지역총련 의장, 총학생회장 등 중앙위원 등의 경우 일반 사범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구속 대상에서 제외시켰지만, 수사기관에 자수하고 반성할 경우 불구속 수사 등 최대한 관용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상태를 확인하여 수감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불구속 수사할 예정이다.

안 공안기획관은 "제11기 한총련의 강령 등 총노선을 종합 검토해보니, 여전히 이적성에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총련이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명실상부하게 변화해 북한의 주의 주장을 추종하는 부분을 없애는 등 조직 목표와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가시적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DTOP@
다음은 안창호 공안기획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연대사태 이후, '이적단체' 딱지
매해 300여명 대의원 '수배'
한총련 수배문제, 왜 비롯됐나

지난 1997년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역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해이다. 당시 97년 한해동안 한총련과 관련해 3건의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그중 '이석씨 치사사건'은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97년 5월31일 한양대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제5기 한총련 출범식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실패하자 한총련이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후 경찰의 프락치로 밝혀진 이석씨가 6월4일 한양대에 자리한 한총련 임시 사무실에서 사망한 것이다.

당시 한총련 간부들은 "한총련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으며 사무실 근처를 서성이던 이석씨를 발견, 그를 잡아 경위를 추궁했고 이씨는 이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그 이전 해인 96년 이른바 '연대사태' 이후 입지가 좁아진 한총련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정권은 한총련에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란 딱지를 씌웠다.

검·경은 '한총련 와해' 작전에 돌입, '전담반'을 편성했다. 소속 대학 학생회장들에게는 "탈퇴하지 않으면 이적단체 구성 및 가담 혐의(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로 처벌할 것"이라며 자진탈퇴를 종용했다.

이후 98년 대법원은 제5기 한총련이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내놨다. 이후 6년 동안 한총련에게는 '이적단체' 딱지가 붙어 다녔다. 한총련 소속 대학의 학생회장들은 선출됨과 동시에 '수배자'가 돼야 했다. 한총련에선 그 수가 해마다 약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김지은 기자
- 불구속 수사대상자은 누구인가.
"부총학생회장이나 단과대학 학생회장급 한총련 대의원들이다."

- 이번 한총련 조치자 중에 11기도 포함되나. 몇 기부터인가.
"5기에서 10기다. 11기는 5·18사태 관련 수배된 사람은 있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밝힌 대로 11기는 핵심주동자 및 과격 폭력행위 관여자에 대해 내사를 계속해 혐의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단순히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인 수배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 '수배해제' 조치를 취하는 것인가.
"'수배해제'란 말보다는 '불구속 수사'가 맞는 말이다. 일단 (관련 한총련 학생들이) 나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 주요인물은 누구이며, 명단은 공개하나.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면 피의사실 공표이다. 또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기에 말 못한다. 아마도 본인들은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광주지검에서 수사중인 윤모씨와 김모씨는 처리기준이 무엇인가.
"이들은 전남대와 조선대 부총학생회장들로 한총련 가입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별도의 폭력혐의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회에 참여한 것은 맞고 수사기준에 의해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하고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

- 불구속 수사에 포함되지 않은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서는?
"일단 조사를 해서 반성여부를 봐서 결정할 것이다. 탈퇴하겠다든지 반성하겠다든지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불구속 수사자에 포함된다."

- (이들에 대해) 자진출두를 요구하는 것인가.
"이번 조치는 (스스로)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한총련이 먼저 변화하겠다고 했으니까,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나아가 개개인이 사회에 기여하고 학업에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자진 출두해 수사를 받는 한총련 학생들에게 '탈퇴서'를 받는 것인가.
"탈퇴를 한다든지, 반성한다든지 등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꼭 '서(書)' 개념은 과거의 '반성문'이나 '전향서' '준법서약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를 받는다는 것이 아니다. '반성문' 개념이라는 것은 피하고 싶다."

- 법무부의 지시가 내려온 것인가.
"지시를 받아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 법무부와 혐의를 거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법무부의 별도의 발표는 없다."

- 지명수배 인원은 정확히 몇 명이나 되나.
"(검찰의) 지명수배 인원은 129명이다. 내사중인 사람을 포함하면 152명이다. 한총련에서 말하길 157명이라고 하는데, 이중 5명은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라 제외시켰다."

- 앞으로의 계획은?
"조사를 하면서 경찰에서 진행할 것이고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 결정할 것이다."

- 현재 수감됐거나 수사중인 사람에 대해서는?
"기준에 의해 석방하거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수배문제 해결 방침, '5월초 발표설' 나돌기도

이번 검찰의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수배문제 해결 방침은 지난 6년간 이어진 수배문제에 검찰이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한총련은 그간 정부에 한총련 수배 문제를 '인권과 국민통합의 시각에서 바라봐달라'는 주문을 해왔다.

특히 올해 참여정부 들어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한총련 문제 해결' 발언이 이어지면서 수배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중 문재인 수석이 지난 3월14일 "한총련 관련 수배자 양산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4월 안에 한총련 문제 해결 의지 있으니 (한총련도) 도와달라"고 한 말은 정부의 의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이후 정부와 검찰은 실제로 5월 초 한총련 수배문제 해결 방침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한총련의 광주 망월동 '5·18 시위' 사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이 문제(한총련 수배 해결)는 5월에 발표하려고 했었으나 당시 5·18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무산된 것"이라며 "이번에도 발표 전까지 무슨 돌발상황이 벌어질 지 몰라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보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18 시위 사태가 한총련 수배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한총련 수배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중 지난 그런 사건(5·18 시위 사건)이 터지긴 했지만 한총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연결시키지 않았다"며 "애초의 전향적인 검토 의지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 김지은 기자

다음은 대검 공안부의 <발표문> 전문이다.

□구속자·수배자에 대한 관용조치

○ 검찰은 한총련 중앙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내사중이거나 지명수배중인 152명 가운데 79명에 대해 우선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하였음.

- 불구속 수사대상자로 결정된 사람들은 부총학생회장 또는 단과대 학생회장급 한총련 대의원으로서 현재까지는 별도의 폭력행위 등 과격불법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임.

- 검찰은 이들에 대하여 조사 후 별도의 중대범죄를 범한 사실이 없다면 수배를 해제하고 불구속 수사하여 가급적 관용조치를 취할 예정임.

○ 그와 함께 오늘 한총련 중앙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서 수사중인 윤 모씨(27세)와 김모씨(27세)에 대하여 구속을 취소, 석방하고 불구속기소하기로 하였음.

○ 의장단과 지역총련 의장, 총학생회 회장 등 중앙위원 이상 핵심주동자들의 경우 일반 형사범과의 형평성을 고려, 법에 따라 엄정처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불구속 수사대상에서 제외됐으나

- 이들도 수사기관에 자수하고 반성할 경우 불구속 수사 등 최대한의 관용조치를 취할 계획이고

-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상태를 확인하여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불구속 수사할 예정임.

○ 이번 조치는 관련 수배자들이 모두 학생이었던 점을 감안해, 이들의 학업 및 사회 복귀를 최대한 지원하고, 변화를 선언한 한총련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적단체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취해진 것임.

- 다만, 이번 관용조치 후 불구속 수사 대상자들이 불법 폭력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 둠.

□제 11기 한총련에 대한 수사계획

○ 현재까지 확인된 제11기 한총련의 강령·규약 및 총노선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여전히 이적성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어,

- 그 핵심주동자 및 과거 폭력행위 관여자에 대하여는 내사를 계속하여 혐의확인시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나,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인 수배조치를 하지는 않을 계획임.

○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총련이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명실상부하게 변화하여 북한의 주의·주장을 추종하는 부분을 모두 없애고 조직의 목표나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등의 가시적 조치를 기대하며,

- 앞으로 관련 학생들이 민주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학생 본분에 맞는 민주시민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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