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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 23일 오후 5시40분>

"쫓기는 꿈만 꾸던 내가 다른 꿈도 꿀 수 있을까"
[현장] 수배해제 방침 발표 보도에 한총련 가족 "설렌다"


수배자도23일 한 수배자가 연세대 앞에 설치된 '노상 감옥'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곧 한총련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수배자 어머니도수배자 가족들이 노상 감옥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수배해제 예정 보도에 가족들은 '설렌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우리 딸이 집으로 돌아온다고요? 아… 그렇게만 되면,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다른 모녀들이 하는 일 다 해야죠. 생각만 해도 너무 설레네요."

"식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은 게 언젠지 모르겠어요. 다같이 둘러앉아 가족과 밥 먹고 싶어요."


2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연세대 앞에서 열린 '전면 수배해제·한총련 합법화 촉구대회'에 참석한 김정숙씨 모녀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정부의 한총련 수배해제 발표 예정기사 때문이다. 김정숙(23·01년 연세대 사회대총학생회장)씨는 3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다.

정숙씨의 어머니 한근주(48)씨는 '정숙씨가 집에 돌아오게 되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미소를 머금고 "아… 그렇게만 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권보호 위해 수배해제 조속히 시행돼야"
참여연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민가협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시급한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어 "한총련 수배자들은 길게는 7년씩 창살없는 수형생활을 하는 동안 건강이 악화됐고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함을 차치하고라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수배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수배해제 과정에서 입건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탈퇴를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법집행"이라며 "과거 탈퇴를 종용하고 이에 불응하면 수배 조치를 내리던 관행이 지속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제11기 한총련에 대한 관행적인 이적규정을 철회하고 반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 김지은 기자
정숙씨는 3년째 연세대 내의 '(수배자) 생활방'에 머물고 있다. 올해 수배자 가족 모임이 결성되고 나서는 한씨도 연세대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다른 가족들과 노상 노숙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딸을 위해 직접 '수배해제 싸움'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청와대·경찰청 등 직접 찾아가 호소해보지 않은 곳은 없다.

이번 보도는 그런 노력 끝에 얻은 소식이다. 한씨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한씨는 "어제 수배해제 보도를 접하고 너무 좋아 잠을 못 이뤘다"면서도 "공식 발표가 어서 나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숙씨도 마찬가지. 정숙씨는 "아직까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정식 발표가 나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숙씨는 "수배자들이 고통스러운 건 매한가지인데 혹시나 선별적으로 수배해제 될까봐 맘이 무겁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직접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이하 수배해제 모임)을 결성해 활동한 유영업(28·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한총련 최장기 수배자이기도 한 유씨는 올해 한총련 사상 처음으로 수배자들을 모아 수배해제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 2월 연세대에 공개 사무실을 개소한 이래 굵직한 활동을 펼쳐왔다. 최초로 각 대학에 연락해 수배자들의 숫자를 집계해 공개하는 한편 지난 3월에는 수배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해 인권침해 실태를 알렸다.

유씨는 "사실 그동안 자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꿈을 꿨다"며 "어서 정부의 확실한 발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말도 했다. 유씨는 "그간의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확실한 정부의 답이 있을 때까지 기쁜 마음을 애써 눌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랜 수배생활을 끝내게 된다면 20대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생각이다.

유씨는 "7년 동안 쫓기는 꿈만 꿨던 내가 다른 꿈도 꿀 수 있을지, 골목길로만 다녔던 내가 대로변을 마음놓고 활보할 수 있을지, 항상 문 잠그고 자던 내가 그러지 않고도 잘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인생계획을 세워서 못했던 일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후 1시30분 제11기 한총련 대의원과 한총련 수배자, 수배자 가족 150여명은 서울 연세대 앞에 모여 '전면 수배해제·한총련 합법화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지난 7개월 동안 한총련 수배자들과 가족, 한총련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실이 곧 나오길 바란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개혁과 국민통합의 취지를 살려 수배해제가 전면적으로 단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총련 수배 문제의 근본 원인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개폐 노력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제2신 : 23일 낮 12시10분>

"한총련 탈퇴서 강요하지 않고 관용조치 베풀겠다"
정부, 조만간 한총련 수배해제 방침 발표할듯


▲ 지난 3월9일 공개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모인 한총련 정치수배 학생들. 한총련이 추산하는 수배자는 150 여명에 이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가 곧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수배해제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안 관련 주무부서들은 한총련 수배해제 문제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대략 수배해제 규모와 방법 시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오는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검의 한 관계자는 "한총련 수배해제에 대한 검토 작업이 막바지에 달했으며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배해제 대상자에 대한 선별 기준은 과거의 행적이 고려됐으나 이보다도 수배자 인권 실태 등을 우선 원칙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과거 한총련에서의 직책 및 행동 등을 감안해 적용 여부를 결정했으나 장기 수배에 따른 인권문제 또한 고려했다"며 "(강금실) 장관께서 당초 수배해제의 취지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이 다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수배해제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최대한의 관용조치를 베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지난 3월9일 한국외대에서 집단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한총련 수배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관계자는 또 "수배해제 되는 숫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수는 중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며 "수배해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오랜 수배생활로 인한 건강악화를 호소하거나 과거 행동에 대한 판단착오 등을 설명하면 그들도 다 풀어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총련 사범에게 으레 적용됐던 탈퇴서(서약서)도 강요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수배해제 조치 과정에서) 탈퇴서 등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며 "좀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만간 발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본인들이 출석하고 조사 받은 뒤 선처를 고려해 관용조치(수배해제)할 것"이라면서 "탈퇴서를 강요하지 않지만 정상 참작 차원에서 탈퇴서가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혀 법무부 내에서도 '탈퇴서'와 관련 최종적인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3년 7월23일 현재 한총련에서 집계하고 있는 한총련 정치수배자들은 총 157명이다. 이들 중에는 대법원의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지난 98년 이후 7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최장기 수배자가 4명, 3년 이상 장기 수배자는 약 8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총련 관련 수배자의 정확한 숫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대검찰청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이 결성되면서 이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규모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강위원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집행국장은 "불법시위 주도 등 별개의 사건으로 수배된 학생들을 제외하고 당연직(대의원)으로 한총련에 자동 가입된 사실로 수배된 이들만 따지면 대략 130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살없는 감옥생활, 이제 종지부 찍으려나"
한총련 수배자·가족들 '반색'... 시민단체 "선별 해제 안된다"

정부의 '수배해제 방침' 보도가 전해지자 한총련 수배자와 가족들은 반색했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의 유영업(수배 7년, 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 대표는 "오랜 시간 기다린 가족들과 수배자들로서는 반길 일"이라며 "늦었지만 이런 결단이 국민화합과 한총련 합법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배해제의 규모에 대해서는 '좀더 과감한 결단'을 기대했다. 유 대표는 "수배자 가족들은 '혹시 내 자식은 포함되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정부의 발표가 시민·사회단체가 용단이라고 박수를 보낼 만큼의 내용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 대표는 "어서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났으면 한다"며 "우여곡절이 하도 많아 정식 발표가 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수배해제는 반기지만 선별 사면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양심수후원회장은 "당연직 대의원 등 단순 수배자들만 선별 수배해제해선 안된다"며 "모든 수배자들을 일괄적으로 수배해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회장은 "아울러 한총련에 대한 전면적인 합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총련은 이적단체'라는 6년전 대법원 판례를 지금까지 연장 적용시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주장했다. / 김지은 기자


<제1신 : 22일 밤 9시>

"제11기 한총련, 발전적 해소 준비 들어갔다"


▲ 정재욱 제11기 한총련 의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본격적으로 발전적 해소 작업에 들어갔다. 빠르면 내년 3월 출범식에는 '한총련'이 아닌 새로운 이름의 조직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11기 한총련은 최근 '새조직 특별위'를 구성하고 애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새로운 학생운동 조직 건설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새조직 건설 논의와 관련해 한총련의 관계자는 "이미 제11기 지도부는 비 한총련 단체와 접촉을 시작한 상태"라며 "내년엔 제12기 한총련이 아닌 새 이름의 단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한총련 합법화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강령과 규약도 바뀌게 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새조직 특별위는 오는 9월에 예정된 제11기 정기 한총련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소위 '좌파' 계열로 불리는 학생회나 비 한총련, 비 운동권 단체까지 포괄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현재의 규약을 전면 개정해 대의원 대회에서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그간 한총련의 강령과 규약은 공안당국이 주장하는 이적성의 근거가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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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규약도 전면개정


새로운 규약에는 별도의 소 위원회를 개설, 외부 단체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열린 조직'을 지향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한총련의 '발전적 해소'와 '새 조직 건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총련 합법화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하지만 22일 보도됐던 경찰의 제11기 대의원 소환방침 계획은 합법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총련 합법화 논의는 사실상 물 건너간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2003년은 한총련에게는 호기였다. 국민통합을 내세운 '참여정부'가 출범했고, 정재욱(23·연세대 총학생회장) 신임 한총련 의장은 이미지 쇄신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총련을 합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과거 한총련 지도부가 택했던 '과격 정공법'을 사실상 버리고 공론의 장에 선 셈이다.

그는 또 "합법화와는 별도로 한총련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새 조직을 건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같은 정 의장의 발언은 과거 한총련에게 입혀져있던 '폭력집단'의 이미지를 씻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총련 지도부,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새조직 만든다" 방침 정해

▲ 지난 4월14일 경희대에서 열린 '제11기 한총련 신임지도부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경찰의 제11기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방침이 보도되자 한총련 내·외부에서는 "발전적 해소를 서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한총련 지도부는 최근 새 조직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총련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합법화를 위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이적굴레를 벗는 방법은 "한총련이 아닌 새 조직으로 거듭나는 방법 뿐"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 한총련의 한 관계자는 "한총련 지도부는 이미 새 조직 건설 방침을 결정했다"며 "최근 있었던 제11기 간부학교를 통해서도 '한총련이 바라는 새 조직 전망' 등을 논의했고 지도부도 비운동권 조직 등과 접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새 조직 건설을 위한 특별위가 구성됐으며 특별위가 새 조직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 9월에 개최될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이를 공표하고 추인을 받을 예정"이라며 "새 조직의 그림은 대략 한총련 소속 위원회를 확대, 비운동권 단체까지 포함할 대규모"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와 관련해 제11기 한총련은 하반기에 으레 들어가는 다음 기수에 대한 준비위도 결성하지 않고 대내외 공동으로 '(새조직) 건설준비위'를 구성해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적 해소'는 이미 대세"

이같은 '새조직 건설을 통한 합법화'는 한총련 외부에서도 적지 않은 권유가 있었다. 학생운동의 선배 격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그간 여러 차례 "한총련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지름길은 해소를 통한 새 조직 건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새 조직 건설을 통한 합법화가 자칫 '목적이 전도됐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도 있다. 한총련 내부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4일 한총련(hcy.jinbo.net)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경인총련(의장 최낙권)이 새 조직 건설에 대한 문제제기성 의견을 내놨다.

경인총련은 이 글을 통해 "추진중인 새 건설에는 한총련이 보이지 않는다"며 새 조직에서도 '한총련 중심성'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 건설되는 조직의 투쟁방향성 또한 뚜렷하게 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미자주화·전쟁반대·민족공조로 자주적 평화통일·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등 '반미자주화 투쟁'을 버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총련 내부의 한 관계자는 "방법론 상의 이의를 제기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새 조직 건설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아직도 한총련 내부에는 기존의 노선을 버리면 우경화·개량화한다는 뜻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안당국에서도 '합법화를 위한 내부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를 우려한 제11기 한총련도 "3백만 대학생을 대표하는 진정한 학생운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합법화 때문에 새 조직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법화와 새 조직은 별개의 문제이고 이미 2∼3년 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강조해왔다.

한편 제11기 한총련은 최근 경찰의 소환 방침과 이에 대한 대응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22일 오후 5시30분 정재욱 의장이 기자들과 만나 "경찰의 공식 입장이 전달된 바 없어 소환방침 보도 이후 하루동안 한총련의 고민을 말한다"며 "소환장이 실제로 발부된다면 그때 시민단체와 적절한 대응을 모색,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한총련도 공안당국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공안당국의 "한총련 이적성 유효"입장이 변하지 않은 이상 이 난관을 한총련이 어떻게 뚫고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경, 11기 한총련 소환규모 대폭축소

(서울=연합뉴스) 이충원.조계창 기자 = 해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 중 100여 명 이상에 대해 소환을 해오던 검찰과 경찰이 11기 한총련은 일단 단순 대의원을 제외하고 중앙위원급 중에서도 일부만 소환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은 22일 11기 한총련 대의원 중 중앙위원급 이상 44명에 대해 소환장(출석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소환을 하는 것은 아니며 44명도 중앙위원급 전체는 아니다"라며 "개인별 행동 사실과 특히 한총련 내 직책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 소환 대상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찰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소환장 발부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총련 중앙위원급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57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 10기 한총련 대의원 150여 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매년 100명의 이상의 대의원.간부에게 소환장을 보내왔다.

검경이 이처럼 11기 한총련 간부 소환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정부가 기존 한총련 수배자의 수배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공안 관계자는 "이번 소환은 11기 한총련 문제를 최소한 수준에서 털고 가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법원이 판결로 이적단체로 규정한 한총련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한총련이 앞으로 돌출 행동을 벌인다면 44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에 소환 대상자 44명을 선별하면서 이전에 국보법상 이적단체 가입 혐의로 수배돼 있는 한총련 수배자 120여 명에 포함된 이들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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