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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8년 대법원의 '이적단체 판결' 이후 한총련 수배문제는 지난 6년간 계속돼왔다. 사진은 연세대 앞에서 한 한총련 수배자가 '노상 감옥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김지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제11기 한총련과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이하 수배해제 모임),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 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이하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는 25일 오전 검찰이 사실상 한총련 수배자들에 대해 '수배해제'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렇게 한 목소리를 냈다. 참여정부 이후 한총련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노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한총련은 수배문제 해결과 합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4월 당선된 정재욱 제11기 한총련 의장조차 당선 기자회견에서 "수배문제 해결과 합법화에 올해 한총련의 '사활'을 걸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올해만큼 한총련 수배자·수배자 가족·현 한총련이 '혼연일체'가 된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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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기 한총련, 발전적 해소 준비 들어갔다"


한총련, 수배문제 해결 '사활'...수배해제 모임, 실태 알리기 초점

▲ 지난 2월 서울 연세대 학생회관에 문을 연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특히 지난 2월 수배자들 스스로 공개 사무실을 열고 나선 수배해제 모임의 노력은 큰 주목을 받았다.

한총련 '최장기 수배자'인 유영업(28. 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 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씨를 중심으로 수배자들은 직접 연세대에 수배해제 사무실을 열고 수배자의 삶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이들의 활동은 한총련 수배 문제를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성과를 낳았다.

과거 한총련 수배 문제에는 흔히 정치·사상적 잣대에 의해서만 판단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수배해제 모임은 경직된 정치구호가 아닌 '자신들의 생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첫 성과는 한총련 수배자 집계 결과 발표였다. 그동안 한총련 수배자는 공안 당국에서 보안을 이유로 전체 규모를 밝히지 않은 탓에 정확한 실태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배해제 모임은 직접 각 대학에 연락, 한총련 수배자의 수를 집계했다.

이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수배해제 모임이 처음으로 밝힌 한총련 수배자 규모는 189명. 이밖에도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와 함께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만 약 820여명의 대학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으며 이중 90%가 한총련 소속이라는 사실 등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3월, 수배해제모임은 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리기 시작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으로 '한총련 수배자 공개검진'을 실시했다. 수배자들이 얼굴을 드러낼 뿐 아니라, 건강상태도 공개한 것이다.

파장은 컸다. 한총련 수배자들의 '집단적 건강 악화 상태'는 인권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 행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입'을 여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및 대학생 수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해석해서)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대학이 이적단체가 될 것인지 고민인데, 이 수준이라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검찰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한총련 수배자들의 건강검진 장면을 TV로 본 직후였다.

학교 안에 발묶인 자식들의 발이 됐던 수배자 어머니들

▲ 지난 22일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이 경찰청 앞에서 '포승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은 지난 4월 이후 연세대에 있는 수배해제 사무실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단식농성''포승줄 시위''법무부 방문' 등 숨은 노력을 펼쳐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수배자 가족들의 노력도 한마디로 '눈물겨웠다'. 수배해제 모임이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한총련 수배자 가족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후 한총련 수배자를 자식으로 둔 '한많은 어머니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수배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가족들은 지난 3월 14일 '제1회 한총련 관련 전국 정치수배자 가족모임'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여명의 수배자와 수배자 가족이 상봉했다. 이후 방영숙(64. 수배 7년 최원석군 어머니)·김낙희(수배 3년 이산라군 어머니)씨 등 30여명은 수배해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연세대 앞에서 '노상 천막농성''단식·삭발 시위''수배해제 기원 촛불시위' 등을 연이어 벌였다.

부모들의 노력은 지칠줄 모랐다. 이들은 학교 밖 활동이 위험한 자식들을 대신해 경찰청·법무부·정당 등을 발로 찾아갔다. 특히 과천 법무부에는 올해에만 20여차례가 넘게 방문했다. 수배자 부모들은 농담삼아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 때문에 법무부 문턱이 다 닳았다."

"검찰도 세상 변화 수용해야한다"
수배문제 관련 말-말-말

"한총련 관련 수배자 양산은 국제적 망신이다. 4월 안에 한총련 문제 해결 의지 있으니 도와달라." - 문재인 민정수석, 3월14일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대표와의 면담에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및 대학생 수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해석해서)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 그렇다고 대학이 이적단체가 될 것인지 고민인데, 이 수준이라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검찰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 노무현 대통령, 3월17일 청와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총련이 요청한 수배해제 문제 등을 검찰과 협의해 보겠다." - 강금실 법무부 장관, 4월15일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대표와의 면담에서


◆ 수배문제 관련 일지

▲ 2002년 8월: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한총련 문제 유엔(UN) 인권 이사회에 제소

▲ 2003년 2월: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 결성, 수배자 현황 발표

▲ 3월 9일: 수배해제 모임·보건의료단체 연합, '한총련 수배자 건강검진' 실시

▲ 4월18일: 여·야 의원 47명, 정부에 '한총련 문제 해결 및 정치수배 해제' 건의 성명 발표

▲ 4월29일: 마가렛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제 집행위원, 수배자 및 가족들 방문, 실태 파악

▲ 5월6일: 한총련 수배자 가족 '삭발·단식 농성' 시작

▲ 5월14일: 경희대·연세대 등 5개 사립대 학생처장, 정부에 한총련 수배문제 해결 호소 건의문 발표

▲ 7월21일∼23일: 전국 한총련 수배자 가족 상경 활동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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